쿠바가 친환경농업의 모범인 이유

[주장] 2014년은 UN 선정한 국제 가족농의 해... 지구와 인류를 생각하자

등록 2014.02.06 11:59수정 2014.02.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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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UN) 산하기구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4년을 '국제 가족농의 해'로 정했습니다.

UN FAO는 전세계 5억 명에 달하는 가족농이 세계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기반이자 지역 공동체와 경제를 유지하는 동력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환경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일구는 밑거름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슬로푸드운동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와 같습니다.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인류의 미래가 어떠한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슬로푸드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에게 전화를 걸어 '소농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깊이 공감한 것은 이런 면에서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UN FAO는 현재 지구촌 가족농은 아시아·아프리카 중동 등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기술, 정책, 자금, 자원활용 등 그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UN FAO는 그럼에도 가족농이 아프리카·아시아·남미·중동 지역 식량 공급의 70% 이상을 떠맡고 있다면서 지구촌의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생명다양성, 식량안보, 청소년 교육 등을 위해서 가족농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농은 생산과 소비의 지역내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답니다.

UN FAO는 이에 따라 2014년을 가족농을 위한 해로 선포하고 세계 각 국의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바른 사회 환경 농업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농'이 기아와 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당 농업평균소득은 900만 원 수준으로 우리 농업은 가족농 중심의 소농복합 영농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WTO 출범 이후 정부는 규모화와 기계화의 기치아래 엘리트 전업농 육성에 치중했건만 농가당 논면적은 1995년 80.4아르에서 2012년 83.9아르로, 그리 늘지는 못했습니다.

1995년 우리나라 농가수는 150만1000가구입니다. 전업규모인 경작면적 1만 평 이상의 농가는 이중 4.6%에 달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규모화에 매달린 결과는 어떠할까요?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농가수는 115만1000명, 경작규모가 1만 평 이상 농가 비중은 8%입니다. 아직도 우리 농가의 92%는 가족농입니다. 가족농이 대부분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식량재배면적은 4.45아르에서 3.46아르로 줄었고, 전체 농경지 면적은 219만7000헥타르에서 176만7000헥타르로 감소했습니다. 이런 통계는 국민이 소비하는 우리 먹거리의 대부분을 가족농이 떠맡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정책의 관심이 오래동안 규모화에 집중되다 보니 우리 농업의 주력군인 가족농이 소외당했습니다. 이에 따라 농지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식량자급률 22%'라는 OECD나라가운에 바닥을 해매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규모화에 집중해서 농업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투입예산에 비해 정책성과가 낮다는 책임을 떠안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을 해서 우리의 전략 수출품목인 자동차를 더 팔아 국익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를 엎고 10년가량 지속된 무역적자를 초래한 한-칠레 FTA. 다름아닌 우리나라의 첫 FTA입니다. 이는 시장개방의 허망한 환상과 경제성장에 대한 편협한 판단의 결과가 어떠한 것인가를 잘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여건은 대규모 전업농보다는 소규모 복합영농쪽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규모화·전업화·집단화 위주의 정책에서 개인화·다양화·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가족농을 육성하는 농업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UN FAO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의 미래, 즉 후손이 맞닥뜨릴 현실은 생명다양성, 환경, 그리고 식량안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가족농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더 이상 양극화, 정부와 가계의 빛 증가, 노동가치의 왜곡, 공공과 복지의 위축, 세수감소, 무역역조(수입 의존도 심화), 식량기반 상실, 환경파괴를 부추겨 나라 경제의 짐만 불리는 금융자본주의와 시장개방의 허상에서 속히 깨어나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빗장을 더욱 단단하게 닫아 걸고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보다는 자국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기반 육성을 통한 경제재건에 나선 것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일본과 유럽이 그러하듯 젊은 농부를 양성하는 데 온 나라가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아직도 우리에겐 농촌세대 교체를 위한 10여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곧 청년실업과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길입니다. 미래의 삶을 보장하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지난 대선때 100만 원 이상의 보조를 약속하면서 젊은 농부를 육성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한 것은 그럴싸한 허언이 아닙니다.

더 늦출 수 없는 나라의 절박한 숙제입니다.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했던 북한이 지난해 식량증산의 성과를 거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집단농장에서 가족농 중심으로 전환한 농업정책이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쿠바가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는 까닭은 가족농(소농) 위주의 식량생산 기반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친환경농업의 모범국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쿠바 사람들은 풍요로운 도시문명과 산업화를 놓고 보면 우리보다 뒤집니다. 그러나 생명, 환경, 평등, 돈으로 부터의 자유 측면에서 바라 볼 때, 그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낮은 인건비를 발판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하던 중국의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가파른 식량값 앙등에서 비롯한 물가상승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식량의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가족농에서 기업농으로 선회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은 식량값 상승에 따른 인건비 인상 압박이 드세지면서 복합적인 경제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은 자국을 넘어 한반도의 환경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공산당을 정점으로 한 중국식 자본주의 체제는 나쁜 것만을 골라서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합니다.

농업의 복원과 발전은 '북한'만의 최우선과제가 아닙니다. 한국, 아니 전세계 모든 나라의 염원입니다. 그것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인권인 국민의 먹을 권리(The Right to food)를 보장하는 길입니다.

우리나라와 국민은 기업의 사익을 위주로 한 상업경영의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뛰어난 자질을 지닌 청년들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상업경영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먼 장래에 닥칠 수 밖에 없는 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국가와 국민, 그리고 인류와 국제사회의 평등한 공생을 도모하는 사회경제와 생명경제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오늘날 삶의 가치를 증진코자하는 인류학의 관심분야가 역사, 문화에서 환경, 그리고 생명다양성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 또한 제대로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UN #FAO #식량농업기구 #가족농 #생명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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