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영화 보고 싶은 마음으로 유품 챙겨온 황상기 씨상영관 축소 논란을 빚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 CGV에서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딸의 유품을 취재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황상기 씨는 "딸이 살아 있을때 그룹 신화의 팬이었다"며 "이 자리에 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유품을 가져왔다"고 그리움을 달랬다.
유성호
"친척도 영화 봐야 하는데"... 속초에 하나뿐인 영화관마저 개봉 안해개봉일에 맞춰 영화를 보기 위해 속초에서 오전 6시에 서울행 버스를 타고 온 황씨는 "이렇게 영화가 무사히 개봉돼서 다행이다, 유미도 좋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불거진 상영관 축소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실화를 다룬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문화일 뿐"이라며 "국민들에게 영화 볼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극장들이 상영관을 안 열어줘서 안타깝다, 다들 삼성 눈치를 보는 건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친척들도 영화를 봐야 하는데…. 속초에 영화관이 하나 있어요. 메가박스요. 그런데 거기서도 개봉관을 안 열어줘요. 억울해요. 너무 억울해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로 일하다가 부당함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종범씨의 부인 이미희씨,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 등도 황씨와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 이들 모두 삼성을 싸우는 당사자들이다. 황씨와 함께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도 함께 했다.
영화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들 모두 상영관인 5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층마다 대형 홍보물을 마련한 여느 영화들과 달리 <또 하나의 약속>은 포스터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보통 배급사 쪽에서 홍보물을 주면 영화관에 배치하는데, <또 하나의 약속> 쪽으로부터는 받은 게 없다"고 구로 CGV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전 9시 50분, 영화가 시작됐다. 황씨는 가운데 좌석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간혹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몇 차례 영화를 봐온 그였다. 황씨는 "영화를 볼 때마다 보기 힘든 장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윤미(실제 주인공은 황유미씨)가 백혈병에 걸려 골수를 빼는 장면이 가장 보기 힘들어요. 꼬리뼈에서 골수를 뺄 때마다 (유미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몰라요."그는 유미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도 언급하며 "음악까지 곁들어져서 그런지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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