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고 있는 윤영배씨.
김현지
- 제주도가 고향이세요?"고향은 대구예요. 대구에서 자랐고 서울에서도 10년 넘게 살았어요."
-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서울에 있다가 다른 곳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주도로 여행을 간 게 인연이 되었죠."
- 농사를 중시하시는 것 같던데 농사 때문에 제주도를 택하신 건 아니고요?"농사 짓는 건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농사라고 해도 조그마한 텃밭 개념인 걸요. 농사를 지어서 파는 게 아니라 아내와 내가 먹을 걸 키워요."
- 뭘 키우세요? "열댓가지 정도요. 이맘때는 마늘, 콩, 배추, 무 같은 것들이죠. 봄이 되면 더 다양하게 심을 수 있겠죠."
- 텃밭 농사를 하시는 건 재배해서 먹는 음식과 사서 먹는 음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가요?"음식 때문에 농사를 짓는 건 아니에요. 자립의 의미죠. 뭐랄까. 우린 계절을 불문하고 너무 여러 종류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철마다 나는 것만 먹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텃밭을 해보니 장보는 횟수가 줄었어요. (밖으로) 의존을 덜 하게 된다는 점에서 (텃밭 농사에는) 자립의 성격이 짙은 것 같아요."
- 밖에서 장을 안 보시나요? "장을 보긴 보지만 내용이 많거나 다양하지는 않아요. 재배한 것으로 세 끼를 다 집에서 해 먹으니 밖에 나가 먹을 일도 없고요. 음식의 가짓수도 많지 않게 단출하게 해서 먹어요."
농사와 사회 운동은 다 연결...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립을 위해 농사를 지으신다니 사회운동가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농사와 사회운동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의존하는 것도 많고 너무 수동적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에요. 먹는 것도 의존, 에너지도 의존, 교통수단도 의존…. 그런 것들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도시에서 자라면서 뭘 알았겠어요. 그러다 크면서 조금씩 불편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이게 정상인가 싶기도 했고요. 내가 가졌던 막연한 생각이 <녹색평론> 같은 책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 같아 크게 공감이 됐어요. 한때 집에서 <녹색평론> 제주 모임을 열기도 했고요."
- 환경이나 자연을 생각하시는 거겠죠? "도시에 산다는 건 강제적으로 자연을 경험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공원이나 산을 찾고 있고요. 자연이니 환경이니 말하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바뀌었나 싶어요. 수천년 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이런 식으로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지…."
- '이런 식'인 게 어떤 건가요?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도시 말이에요. 반생태적인 데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환경이죠. 불과 50년 전만 해도 이런 생활은 없었어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다른 곳은 어떤가 둘러봐도 우린 좀 과도하게 심한 것 같아요."
- '우리'란 한국을 말씀하시는 거죠? 잠시 네덜란드에 계셨던 걸로 아는데 거긴 좀 달랐나요?"네. 네덜란드는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시장이 서구 사회에서 시작된 것이긴 해도요."
- 뭐가 문제일까요? "너무 많이 쓰는 게 문제겠죠.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 기후변화 문제를 운전을 잘한다거나 전기 자동차를 사용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거죠."
- 그럼 수요를 줄여야 할까요? "수요를 줄이는 게 맞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게 지금 시스템에서는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해요. 자원고갈을 염려하기 앞서 이러한 생활 방식이 계속될 수 있겠나 싶은 의문이 듭니다."
"기후변화제정 법 뉴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닌데..."-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어디 그것 뿐이겠어요(웃음).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분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기후변화 문제를 온실가스로만 접근해서는 안되고 온실가스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먼저 생각해 봐야겠죠. 훨씬 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 무엇이 '근본적 전환'일까요? "쉽게 말해 지금과 똑같이 살면서 온실가스만 낮추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네. 근데 그건 개인의 노력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구조적인 문제니까요."
- 빅 애스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법을 제정하자는 것인데요. 법 제정이 시스템 전환의 일환이 될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법 제정이 하나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시스템 전환에 일조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죠. 이 움직임이 제발 왜곡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개별 상황으로만 접근하면 도리어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으니 전체적인 맥락이 꼭 고려되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