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의 실제사건인 '부림사건'이 13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33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판결 직후 고호석씨를 비롯한 재심 청구인들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민규
"무죄를 선고한다."
13일 오전 10시 30분, 반백의 중년이 돼 판사 앞에 선 남자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피해자들이다. 무죄를 선고하는 한영표 부장판사의 말이 끝나자 부산지방법원 254호 법정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재판 전부터 긴장한 표정을 보여 온 고호석씨를 비롯한 재심청구인 5명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불과 20분도 되지 않았던 판결.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을 위해 33년을 기다렸다. 그들의 인생에서 잊지 못한 날이 된 1982년 6월 26일.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이들이 국가보안법, 집시법, 계엄법 등을 어겼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조작이라고,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었다고 수없이 항의했지만 법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재심의 핵심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며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단순히 정권에 반대한다거나 사회주의에 관한 공부를 한 정도가 아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므로,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이 이적성이 담겼다며 법원에 제출했던 서적 역시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서적들이 사회주의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등의 사정이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의 존립 등을 위협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들에게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 "집시법 위반은 전두환 범행 저지하거나 반대한 정당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