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대성당의 천창채광을 위해서 천정에 설치해 놓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은은한 빛을 받은 그림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송진숙
예수의 생애, 예수의 제자들 또는 성인의 삶을 그려놓은 것들은 가이드북 설명으로만 간략하게 파악할 뿐이고 깊이있는 감상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축과 회화, 조각을 감상하는 걸로도 행복했다. 성가대 파이프 오르간의 규모도 대단했다.
여기에 앉아서 미사를 보며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는 듯 황홀하지 않았을까? 영혼까지 흔들어 깨우진 않았을까? 눈을 감고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마음으로 들어본다. 어두운 성당은 좀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였을 것이고, 아름답게 장식된 스테인드 글라스 창을 통해서 비치는 햇빛은 얼마나 성스럽게 느껴졌을까? 저 높은 천정과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당시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이었을까?
천천히 돌아보았다. 눈이 가는 곳마다 황홀하다. 성당 안의 어느 곳도 밋밋한 곳이 없다. 벽이고 기둥이고 창문이고 조각 또는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천정의 황금 장식, 세공기법도 뛰어났다. 제단 위의 장식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고딕에서 르네상스까지 건축양식의 종합세트라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당시 스페인의 국력을 과시하는 듯하다. 당시 장인들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을까?
여름 성수기엔 가이드가 이끄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 복잡하고 시끄러워 관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한가하다. 관광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관람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었다. 여유있게 천천히 돌아보는데 지루하질 않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아름다움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계획된 일정만 아니라면 하루종일 머물면서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다. 입장료 8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오늘은 대성당을 관람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돌아다니며 다른 것을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이 감동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넋을 놓고 감상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3시 가까이 되어 나왔다. 3시간 이상 둘러본 것 같다. 배에서도 배고프다는 신호가 온다.
대성당을 나오니 근처에 벤치가 보였다. 우선 앉았다. 숙소에서 준비해온 따뜻한 차로 속을 데웠다. 사놓은 바게트와 만다린을 꺼냈다. 만다린은 달았다. 한국에서 먹는 오렌지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대성당을 보면서 먹는 바게트빵 맛과 오렌지는 잊을 수 없으리라. 행복했다.
다시 걸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길은 좁았다. 좁은 길인데 바닥에는 하나같이 돌이 깔려 있고 아기자기하면서 깨끗했다. 골목이 좁은데 비해 500여년 전의 중세 도시라 하기엔 건물들은 높고 컸다. 당시에 인구밀도가 그렇게 높았나? 그런데 이 골목으로 사람만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승용차까지 다닌다. 때로는 차가 건물에 닿을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운전자들은 여유있어 보인다. 스페인 사람들은 진정 베스트 드라이버다.
올리브나무를 보며 힐링을 하다스페인에는 역사 유적지, 문화재, 관광지, 풍광, 수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너무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다 돌아보기엔 시간도 짧고 많이 본다 하더라도 기억에 남는건 한정되어 있고, 관람료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루에 한 곳 또는 두 곳 정도는 유료로, 그외에 무료관람이 가능한 곳을 찾아서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의 관람은 대성당 하나로 족하다 생각하고 남은 시간은 골목 골목 들여다보며 예쁜 길 찾아 마드리드로 돌아갈 버스터미널 쪽으로 내려오면서 몇가지 볼 요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