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통지예산사정으로 조기 중단 될 수 있습니다
이희동
1주일 전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책상 위에 아내가 올려놓았을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구청으로부터 온 문서였는데 제목에는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보호자용 안내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에다 예산사정으로 조기 중단 될 수 있다며 밑줄까지 친절하게 그어져 있는 안내서. 뭐지?
아내는 갸웃거리는 내게 설명을 해주었다. 보건복지부 정책에 방문 학습지를 지원해주는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독서 바우처)가 있는데 그 서비스가 올해로 끝난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이 당 평생 10개월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이전부터 그 이용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는데 서비스 자체가 끝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신청했다고 했다.
안내서에 적혀 있는 '예산사정으로 조기 중단 될 수 있습니다'라는 애매한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중단이면 중단이지, '그럴 수 있다'라는 건 뭐지? 그냥 예산부족 타령인 건가?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았다.
2007년부터 정부는 배움의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로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소득 470만 원 이하 가정에 만 2~6세 아이가 있는 경우 인당 1만5000∼2만5000원을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이 바우처는 학습지 회사에서 제공하는 책 읽어주기, 독서 후 느낀 점 이야기 나누기, 도서 지급 및 대여, 부모 대상 독서지도, 학습지 구독 등에 사용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학습지 회사가 끼워 팔기나 추가 구매 강요 등의 폐단이 있었고 때문에 폐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가 꽤 심각한 듯했다. 당장 우리도 신청하려 하니 학습지 회사에서 어떻게든 추가 구매를 시키려 했었고, 그와 같은 맥락으로 많은 주부들이 배보다 배꼽보다 큰 경우를 당한다고 했다. 그러니 정부에서 그 폐단을 이야기하며 제도를 폐지한다고 나설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했다. 물론 독서 바우처에 문제가 많다는 정부의 설명은 십분 이해했지만 그러면 제도를 고치거나 보완하면 될 것이지 왜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것일까? 물론 정부는 다른 예산으로 다른 방식의 지원을 고민하겠다고는 했지만 공염불이 될 것은 불 보듯 빤한 바, 결국 복지예산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정부는 이것 말고도 대선 때 제시했던 복지 관련 공약을 거의 안 지키고 있지 않은가.
복지 예산은 깎더니, 새마을운동을 지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