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갇힌 감옥같은 마을
 시골 주민들은 토달지 말라고?"

['밀양의 미래' 봉두마을⑤] 김제남 정의당 의원 인터뷰

등록 2014.02.25 15:45수정 2014.02.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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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 송전탑이 지어진 전남 여수 봉두마을에 최근 또 송전탑이 세워져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40여 년을 송전탑과 함께 조용히 지냈던 봉두마을 주민들은 왜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밀양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봉두마을을 찾아 2박 3일 동안(17~19일) 취재했다. [편집자말]
특별취재팀 : 김종술·황주찬·신원경·문나래·소중한 기자

 지난해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 마을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제남 의원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았을 때를 떠올리며 "송전선로로 갇힌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 모임' 대표이기도 한 김 의원은 당시 천호선 대표와 함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1970년대 3기의 송전선로(송전탑 20기)가 건설되고 지난해 추가로 송전선로 공사가 진행되는 봉두마을의 하늘은 베틀의 실처럼 송전선으로 얽혀 있다. 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후 40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7명이 암·백혈병을 앓고 있다"며 송전탑 이전과 신설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김 의원은 "봉두마을은 초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다시피 건설돼 있고 특히 사람이 사는 집 바로 위로 지나간다,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부와 한전은 전자파가 국제기준치인 833밀리가우스(mG)보다 낮아 인체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이 지난해 새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이유로 "여수국가산단 전력 공급"을 든 것을 두고는 "한낱 시골주민들은 '토'달지 말라는 것"이라며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송전선로 건설과정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이 처음 들어선 1970년대와 전혀 다르지 않다. 봉두마을의 시계는 여전히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송전탑 갈등 원인 전원개발촉진법 폐지해야"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안 정의당 의원이 봉두마을회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연 김제안 정의당 의원이 봉두마을회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김제남 의원실

김 의원은 "송전탑과 암 발병에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전이 말하는 전자파 기준치 833mG는 '단기노출' 기준일 뿐 봉두마을 주민들처럼 집과 논밭에서 항시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기노출에 대한 기준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미국 국립방사선 방호학회는 2mG, 샌디에이고시는 건물 신축시 2~4mG, 스웨덴은 2mG, 스위스는 유치원과 병원 등의 경우 10mG 등 선진국의 대부분은 2mG 안팎의 기준치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월 한전 직원의 참여 하에 봉두마을 주민이 마을 주변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를 보면 최고 8.7mG를 기록했다"며 "봉두마을 주민들이 전자파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은 송전탑 공사로 갈등 지역이 생기는 원인을 "'전원개발촉진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 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원개발촉진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전기사업자(한전)에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각종 인허가권을 면제해 속전속결로 전원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준 법"이라며 "그렇다보니 전원개발자들은 이 법을 무기로 온갖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고, 해당 지역주민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에)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에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을 하고 있다"며 "경과지를 투명하게 선정해야 하고 보상문제도 신중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오마이뉴스>가 보낸 서면 질문지에 20일 김제남 의원이 답한 내용의 전문이다.

"집 바로 위 송전선로 충격... 전자파 수치, 선진국 기준 4배 이상"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345kV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을 들어 올리자 전기를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 봉두마을의 345kV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을 들어 올리자 전기를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다.황주찬

- 지난해 11월 봉두마을을 찾은 바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하던가.
"봉두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송전탑에 둘러싸인 마을임을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다시피 건설돼 있고, 특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위로 지나가는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봉두마을을 처음 본 느낌은 말 그대로 송전선로로 갇힌 감옥과 같은 모습이었다."

- 한전은 봉두마을 송전탑 건설이 여수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마디로 국가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을 하겠으니 한낱 시골주민들은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다.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송전선로 건설과정은 봉두마을에 송전탑이 처음 들어선 1970년대와 전혀 다르지 않다. 봉두마을의 시계는 여전히 1970년대에 멈춰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과 관련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345kV 송전선로의 지중화 기술도 충분히 쌓여 있다. 단지 가공선로보다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뿐이다. 정부가 피해 주민들의 반대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과 향후 전자파 민원 등으로 예상 가능한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전자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중화가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한전은 송전탑과 암 발병에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송전선로의 전자파 국제기준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비전리방사선 보호위원회에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인 2000mG보다 낮은 수치인 833mG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기노출'에 대한 기준일 뿐 봉두마을 주민들처럼 집과 논밭에서 항시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장기노출에 대한 기준은 없는 전혀 상태다.

특히 소아가 3~4mG이상의 전자파에 만성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 공히 인정된 사실이다. 해외의 전자파 수치 기준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국립방사선 방호학회는 2mG, 샌디에이고시는 건물 신축시 2~4mG, 스웨덴은 2mG, 스위스는 유치원과 병원 등지의 자기장은 10mG 등 대부분 2mG 안팎의 기준치를 채택하고 있다.

봉두마을 주민이 지난해 4월 한전 직원의 참여 하에 마을 주변의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를 보면 최고 8.7mG까지 나왔다. 이는 선진국의 기준치인 2mG의 4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봉두마을 주민들이 전자파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국 고압송전선로 주변 지역주민 암 관련 건강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54㎸와 345㎸ 송전선로에 노출된 전국 67개 지역 주민 암 발병 상대위험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남성의 경우 35곳, 여성은 27곳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해결 가능성 충분... 보상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은 천호선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김제남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봉두마을회관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 봉두마을을 찾은 천호선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김제남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봉두마을회관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제남 의원실

- 갈등 해결을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건 무엇일까.
"무엇보다 주민과 한전과의 대화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사업설명회 혹은 공청회는 아주 극소수 주민들을 상대로 밀실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어서야 사업을 아는 경우가 많다.

봉두마을의 경우는 주민들과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마을 근처로 송전선로가 지나갈 수밖에 없다면 지중화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아니면 마을 뒷산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로가 마을 뒷산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주민들은 부지까지 제공할 의사도 밝혔기 때문에 봉두마을 갈등 해결은 온전히 한전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송전탑 건설과 같은 국가사업의 진행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앞서 지적했듯이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에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결정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전원개발촉진법' 때문이다.

그리고 경과지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은 '한국전력기술'이 한전의 용역을 받아 수행해 왔는데, 경과지 선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 거의 안 되고 있다.

보상문제는 가장 신중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송전탑 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책사업의 공통 결과는 보상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보상은 다른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 다음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하며 해당 주민들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 전원개발촉진법과 관련된 의견과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전원개발촉진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전기사업자(한전)에게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각종 인허가권을 면제해 속전속결로 전원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준 법이다. 지금까지 일부 개정되긴 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원개발자들은 이 법을 무기로 온갖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고, 해당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켜 왔다. 의정활동 목표 중 하나가 전원개발촉진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시대에 전원개발에 대한 인허가권은 최대한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전원설비의 절차와 관련된 부분은 '전기사업법'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여수 #봉두마을 #송전탑 #김제남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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