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노조 탄압, 8년 전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분석 - 비정상의 정상화④] '정상화'에 밀려난 기본권

등록 2014.03.03 15:55수정 2014.03.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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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1년 입니다. 올해 초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이 과제는 박 대통령 임기 내내 최우선 과제가 될 듯합니다. 대표적인 정상화 과제가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지혜택을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아 공공부문 채무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동시에 공공기관에는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줄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이렇듯 비판을 자초하게 되면 국정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상적인지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 달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 달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식이 무너지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국정과제로 내놓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은 8년 전에 한 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2006년 1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비정상'을 언급했는데, 이 연설을 들여다보면 '비정상'으로 규정돼 '정상화'의 표적이 될 것들을 가늠할 수 있다.

"남파간첩을 민주인사라고 찬양하고 6·25때 적화통일이 됐어야 한다는 사람을 정권이 나서서 두둔했습니다. 북한으로 송환된 남파간첩들이 '인권을 침해당했으니 1조 원의 보상비를 달라'고 고소장을 내는 기막힌 세상이 되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비정상' 첫 사례로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 사건을 꼽았다. 2005년 검찰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하려 했고,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 수사를 하게 했다. 또 북한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독재정권 시절 강제 사상전향 제도로 겪은 고문 등의 국가폭력을 배상하라고 남한으로 고소장을 보낸 일이 있었다.

이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주도한 강제 전향공작 과정에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숨진 비전향 장기수 사건을 의문사로 인정한 사건이 있다. 비전향 장기수들이 강제 사상전향제도에 목숨을 걸고 저항, 결국 이 제도의 폐지를 이끌어냈다고 판단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파업과 집회를 무제한 허용하고, 병역거부를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나라의 근본보다는 북한의 눈치 살피기에 여념 없는 현 정권의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에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파업과 집회의 자유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일들은 인권보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눈치 살피기'였던 것이다.


집회·시위에 대한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집회·시위 소음기준을 엄격화하고 영유아보육시설 주변에서의 집회를 통제하겠다는 내용으로 반영돼 있다. 파업에 대해선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해 노조의 항복을 받아내고 노조 간부 400여명을 중징계한 사례가 이미 있다.

전교조가 이사회 장악하고 학교를 접수?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종호

박근혜 당시 대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사학법 개정을 강력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날치기한 사학법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10년 전부터 주장해온 법입니다. 이 법의 독소조항인 개방형 이사제, 임시이사제, 교사의 노동운동 허용 같은 것들은 모두 전교조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전교조가 사학의 경영에 간섭하고, 갈등을 일으켜 이사회를 장악하고 학교를 접수하는 길을 터준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전교조가 어떤 단체인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하고, 철지난 이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투쟁을 가르치고, '연방제 통일조국을 건설하자'는 자작시를 써서 홍보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교조를 '종북단체', '학교·교육 전복세력'으로 보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교조에 대한 대응은 '법외 노조화'로 이미 시작돼 있다. 이 뿐 아니다. 사학법 반대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표는"전교조에게 교육을 맡기고 어떻게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앞으로 전교조에 대한 더욱 강경한 어떤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 챙기느라 자리 만든다"고 비판하더니...

8년 전의 연설은 야당 대표로서 노무현 정권에 반대하던 시절에 가졌던 생각일 뿐이고, 지금은 많이 바뀌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다른 사례들을 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이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사관계든, 정부규제든 투자의 걸림돌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강조하지 않았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개혁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도 이미 이 연설에서 예고됐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국민혈세의 부담으로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8년 전의 이 연설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에 떨어진 사람들 챙기느라 장차관 자리를 늘리고 각종 위원회도 계속 만들고 있다"고 노무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랬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선공신들을 공기업 사장, 공공단체의 장으로 내려보내며 똑같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자살한 일가족, 너무 가슴 아파"...8년 뒤에도 같은 일이

사실, 해외에서 바라본 한국의 '비정상'은 박 대통령이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낸 세계 연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57위를 하며 이명박 정권 때에 이어 계속 추락하고 있고, 국제앰네스티는 박 대통령에 공개서한을 보내 노동자 탄압과 결자의 자유 침해 등 한국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OECD 최고의 자살률과 사교육비, 최저의 출산율과 복지지출, 최장의 노동시간, 수위권에 드는 가계빚 등은 '국민행복'이 모토인 정부 하에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8년 전의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에 저는 '돈 걱정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어느 일가족의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노무현 정권이 경제를 살리지 못해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달 28일자 신문에도 팔을 다쳐 식당일을 못하게 돼 아무런 수입이 없어진 절박한 상황에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의 기사가 실렸다.

복지지출이 OECD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대통령은 '엉뚱한 곳으로 세는 복지 예산이 너무 많다'고 늘 강조하고 있고 정부는 부정수급 단속과 환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예산이 엉뚱하게 쓰이는 걸 막으면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지 예산을 타면서 부정수급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받는 상황이라면 복지가 필요한 이들이 선뜻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복지가 필요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정상적인 복지정책이다.

정상화의 대상을 설정할 때도 '비정상'에 너무 집착해 거기에 매달리면 곤란하다. 국가가 해야할 기본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누릴 권리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뒤로 제쳐둔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상 정부'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비정상의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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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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