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호
박근혜 당시 대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사학법 개정을 강력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날치기한 사학법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10년 전부터 주장해온 법입니다. 이 법의 독소조항인 개방형 이사제, 임시이사제, 교사의 노동운동 허용 같은 것들은 모두 전교조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전교조가 사학의 경영에 간섭하고, 갈등을 일으켜 이사회를 장악하고 학교를 접수하는 길을 터준 것입니다.국민 여러분께서도 전교조가 어떤 단체인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하고, 철지난 이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투쟁을 가르치고, '연방제 통일조국을 건설하자'는 자작시를 써서 홍보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전교조를 '종북단체', '학교·교육 전복세력'으로 보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교조에 대한 대응은 '법외 노조화'로 이미 시작돼 있다. 이 뿐 아니다. 사학법 반대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표는"전교조에게 교육을 맡기고 어떻게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앞으로 전교조에 대한 더욱 강경한 어떤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 챙기느라 자리 만든다"고 비판하더니...8년 전의 연설은 야당 대표로서 노무현 정권에 반대하던 시절에 가졌던 생각일 뿐이고, 지금은 많이 바뀌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다른 사례들을 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이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사관계든, 정부규제든 투자의 걸림돌은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강조하지 않았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개혁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도 이미 이 연설에서 예고됐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국민혈세의 부담으로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8년 전의 이 연설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에 떨어진 사람들 챙기느라 장차관 자리를 늘리고 각종 위원회도 계속 만들고 있다"고 노무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랬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선공신들을 공기업 사장, 공공단체의 장으로 내려보내며 똑같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자살한 일가족, 너무 가슴 아파"...8년 뒤에도 같은 일이사실, 해외에서 바라본 한국의 '비정상'은 박 대통령이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낸 세계 연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57위를 하며 이명박 정권 때에 이어 계속 추락하고 있고, 국제앰네스티는 박 대통령에 공개서한을 보내 노동자 탄압과 결자의 자유 침해 등 한국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OECD 최고의 자살률과 사교육비, 최저의 출산율과 복지지출, 최장의 노동시간, 수위권에 드는 가계빚 등은 '국민행복'이 모토인 정부 하에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8년 전의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에 저는 '돈 걱정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어느 일가족의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노무현 정권이 경제를 살리지 못해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달 28일자 신문에도 팔을 다쳐 식당일을 못하게 돼 아무런 수입이 없어진 절박한 상황에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의 기사가 실렸다.
복지지출이 OECD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대통령은 '엉뚱한 곳으로 세는 복지 예산이 너무 많다'고 늘 강조하고 있고 정부는 부정수급 단속과 환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예산이 엉뚱하게 쓰이는 걸 막으면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지 예산을 타면서 부정수급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받는 상황이라면 복지가 필요한 이들이 선뜻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복지가 필요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정상적인 복지정책이다.
정상화의 대상을 설정할 때도 '비정상'에 너무 집착해 거기에 매달리면 곤란하다. 국가가 해야할 기본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누릴 권리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뒤로 제쳐둔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상 정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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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노조 탄압, 8년 전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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