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나도 너차럼 피어나고 싶다> 표지
너의오월
엊그제 이웃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전원마을에 사는 고종아우의 초대를 받고 원주에서 열차를 타고 갔다.
그는 줄곧 서울에서 살다가 이태 전 그곳으로 내려와 손수 예쁜 나무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그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2층까지 방을 들였다고 하여, 나는 속으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서울에서 살던 30대 후반 부부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내려와 아우네 집 2층서 산다고 했다.
며칠 전, 그들 부부의 딸이 그곳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신입생이 15명으로, 입학식 날 신입생들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주는 장학금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마을에만 대도시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내려온 이들이 세 가구나 되어 마을에 생기가 돈다며, 이런 현상은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나는 듣던 중 가장 바람직한 소식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라나려면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촌은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이농현상은 썰물처럼 심해 시골학교 가운데 학생 부족으로 폐교당한 학교가 부지기수였다. 내가 살았던 횡성군 안흥중고등학교에도 한때는 중고 각 300명이 넘었다는데, 이즈음은 중고 전체가 50여 명 정도로 폐교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동안 농어촌에서는 너도나도 도시로, 도시의 아이들은 다투어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으로 떠났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젊은 부모들 가운데 초 중등학교는 오히려 시골학교에서 교육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이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몇 해 전 평창군 방림면 산골에서 내가 만난 한 젊은 부부도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기르고자 그곳으로 내려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