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간담회가 진행중이다.
송지하
지난 9일 오후 2시, 교육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아래 배나사, 경기도 의왕시 소재)의 한 교육장에는 수업이 있는 날도 아닌데 선생님(봉사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도 배나사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은 의왕-청계 교육장의 보호자 간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준비가 끝날 무렵, 보호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왕-청계 교육장의 보호자 간담회는 겉으로 보면 큰 행사는 아닌 듯 했다. 의왕-청계 교육장의 김형균 대표교사가 작은 교실에서 새 학기의 교육일정에 대해 보호자에게 전달한 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별로 개별 상담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장소도 부족하고 선생님 수도 많지 않아서 어떤 보호자는 개별 상담을 하기 위해 한 시간 가량 지루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다 지친 보호자도 개별 상담이 끝나고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어떤 분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럴까? 두 분의 어머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보았다. 인사를 하니 웃으며 받아주셨다.
기자 : "안녕하세요, 어머님. 학생이 '배나사'에 오래 다녔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궁금합니다."A 학생 어머니 : "1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지금 3학년이에요. 얘 누나도 여기 다녀서 성적 좋아졌거든요." 기자 : "학생이 배나사에 다니고 나서 변화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A 학생 어머니 : "성적도 있었지만 다른 부분도 있었어요. 특히 얘네 누나는 지금 고등학생인데 스스로 공부방 같은 곳에서 초중학생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배나사'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어머님은 딸이 대견스러운지지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지금까지 보호자 간담회를 거의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석했다고 한다. 이것도 질문거리가 되겠다 싶어서 바로 여쭤보았다.
기자 : "보호자 간담회가 어떤 점이 좋으시길래 이렇게 매번 시간을 내서 와주시나요?"A 학생 어머니 : "일지를 보여주면서 개별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상담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죠. 일지에 애가 하는 행동이 자세하게 나와있으니까 그걸 보고 애한테 칭찬할 것도 있고, 지적할 것도 있거든요."여기서 잠깐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배나사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모든 선생님이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일지에는 수업에 대한 평가를 쓰는 공간도 있지만, 그날 수업에서 학생이 했던 행동을 기록하는 '학생 평가' 란도 있어서 학생 개개인의 모든 행동과 태도가 계속해서 쌓이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선생님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본 학생의 평가를 모아서 보호자 간담회에 상담 자료로 쓰는 것이다.
우리 애를 보내려고 무려 1년을 기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