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갯벌 지키기 위해 머리띠 두른 노인 12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해안과 갯벌 파괴를 이유로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조력발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조력댐 안돼'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이희훈
장기춘(82)씨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까지 그를 먹여 살려준 것은 앞바다, 가로림만이다. 가로림만은 입구 2㎞, 해안선 162㎞, 해역면만 약 3385만평 규모다. 만에 펼쳐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힌다. 갯벌은 그에게 바지락, 굴, 낙지, 갯지렁이 등을 선물했다.
"갯벌은 어머니 같은 존재이지. 댐 지으면 어머니가 없어지는 거여."
82세 할아버지 이마에도... "조력댐 안 돼" 빨간띠8년 전부터 갯벌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조원을 들여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에서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사이 2020m 길이의 조력댐을 지어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서부발전과 포스코·대우·롯데건설 등이 출자해 만든 (주)가로림조력발전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씨는 조력댐을 지으면 삶의 터전인 갯벌이 사라질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12일 오후, 충남 서산·태안 주민 1000여 명과 함께 25대의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리는 '가로림만 조력댐 건설 백지화 촉구 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마의 빨간색 띠에는 흰 글씨로 '조력댐 안 돼'가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가로림만 보전이 발전이다', '세계 5대 갯벌 가로림만 조력댐으로 파괴말라', '전기 조금 만들려고 갯벌파괴 말이 되나'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집회에서 오지초등학교 동창인 김기웅, 안봉순, 곽영근, 김상열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예순 두 살 동갑내기인 이들도 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왔다. 물론 이들도 조력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의 일부 주민들이 찬성하면서 주민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김기웅씨는 "어민이 아닌 일부 주민들이 댐 건설에 찬성하지만 이는 전체 주민의 20~30%가 되지 않는다"라며 "찬성이 소수인데도 가로림조력발전이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꾸며 환경부 통과를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공사가 시작되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될지도 모른다"라며 "주민들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바지락 캐던 호미로 환경영향평가서 부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