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학교 교실에서 40여 명의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가 있었다. 바로 권력과 리덥십의 관계이다. 교수가 칠판에 권력과 리더십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어놓고 가운데 선 하나를 그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는 권력과 리더십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해봅시다.' 모두들 한참을 생각하는 듯 머뭇거리고 있는 와중에 한 학생이 '권력은 '힘'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 나도 자신이 권력에 대해서 혹은 리더십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했다. 권력은 강제, 소유, 돈, 지배 등등 너무나 많은 단어들이 나왔던 반면에 리더십에 대해서는 모두가 언제그랬냐는 듯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칠판에 적힌 권력과 리더십에 관련한 단어들은 권력에 비해 리더십이 현저히 적었다. 권력의 승리였다?! 교수는 권력과 리더십의 차이를 학생들로부터 이끌어 내려고 하지만 되려 학생들의 답변은 권력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이 권력이다라는 방향으로 가는 듯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주저하게 만든 것일까?
학생들도 생각했던 것이다. 리더십을 머리속에서 떠올리는데 자신도 모르게 이미 권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말했던 단어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분명 가운데에는 선이 그어져 있고 뭔가 차별을 둬야겠다는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권력과 리더십의 경계를 구분짓기에는 힘들다. 아니 무의미하다. 정계에서 재계에서 수많은 부정부패를 일삼는 권력자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 리더십이라고 착각하게끔 이 사회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유지하고 싶어 하는 자들의 무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변화해 나가려는 자들이 기존 권력의 어둠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곳도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권력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이 권력이라는 혼란이 학생들로부터 생겨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권력과 리더십은 무엇이 다를까? 조선시대의 흥선대원군과 독립을 주창했던 김구를 되돌아 보자. 둘의 공통점은 남들이 하지 않았고 꺼려 했던 일들을 자신이 나서서 했다. 하지만 그 둘의 차이는 역사가 증명해준다. 흥선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겉만 번지르한 정책을 폈고, 백성을 위한다는 거짓말로 국정을 운영해 갔고 김구는 국가의 주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레 역사의 평가는 상반될 수 밖에 없다.
권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 혹은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은 그 개인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증명하고 당시의 사람들이 평가하는 자질이다. 다가오는 지방 총 선거 후보자들에게 묻겠다. 국민들은 누군가에게는 민주주의의 합법적인 수단으로 권력을 쥐어 줄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문제는 당선자에게 달렸다. 국민이 지켜보고 시민들이 지켜 볼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 속에서 권력과 리더십 사이에 선 하나가 그어 질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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