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통일 대박 발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직접 위원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보 보수를 망라해 각 언론에서 통일대박론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북관계가 악화됐으며 통일 논의는 침체되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의 편익보다 분단 비용을 염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대박론은 통일 논의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다. 얼마 전과 비교해 본다면 상전벽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대통령 박근혜'가 제안하니까 새롭고 파급력이 큰 것이다. 또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남북분단과 북한과 대결구조를 이용해서 정치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기반과 작동방식은 통일 대박을 목표로 해서 통일을 준비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통일준비위원회를 꾸준히 유지해 나갈지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기반이 없다는 것은 혼자 하겠다는 것이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할 일은 분명하다. 통일이 가져오는 편익과 통일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통일대박론에 대해서 그 한계와 국민적인 우려를 지적하면서도 긍정성을 살려 고단수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국가와 민족의 과제인 통일 문제를 선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15-10·4를 우습게 여겼나민주당은 새정치연합과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통일대박론에 상대하는 올바르고 경쟁력 있는 통일담론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신당의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자 역할이다. 시대적 과제와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게 바로 새정치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은 민주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면서 추구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준거이자 행동강령이다. 두 선언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가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만나서 합의한 초정파적인 문서다. 두 선언은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과 약속한 7·4 공동성명의 정신도 계승하고 있고, 노태우 정부 시절 북한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도 현재적으로 재정립·반영하고 있다.
6·15 선언과 10·4 선언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노력이 담겨 있는 선언이다. 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며 북한에게도 두 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을 촉구할 수 있다.
이것을 '여야의 논란거리'라고 치부하는 것은 역사의식의 저급함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을 말하는 판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스스로 소홀히 여기는 것은 전략적 사고와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 부족함의 기원은 지난 수년간 수구세력이 만들어온 프레임에 있다.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수구세력의 프레임에 갇힌 것으로 보여진다. 수구세력의 지적을 벗어나는 것만이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도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벗어나서는 실행될 수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4항에서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고 약속하고 있다. 남북이 신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 분야 협력과 교류의 활성화를 제안한 것이다.
역사의식의 저급함과 전략의 부재라는 쌍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