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호명면 고평교와 형호교 사이 2013년 11월
박용훈
잠깐 살펴봤지만, 내성천이 고평교에서부터 회룡포를 지나 낙동강을 만나기까지 27km 구간은 한반도 강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구간이다. 사실 이 구간은 진즉에 국립공원으로 지정·관리됐어야 할 공간이다. 이전 정부가 "생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이라고 운운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산과 해양은 있어도 강은 하나도 없는 나라다.
정부는 이 27km 구간의 내성천을 국가하천으로서 직접 관리한다. 국가하천으로 관리되는 만큼 잘 보존돼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다. 국토부는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4대강 외 지류하천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주요 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강을 준설하고, 강에 보를 쌓고, 홍수를 막는다며 제방을 높이고, 강변을 따라 끊이지 않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소위 생태하천이라고 하는 인공정원을 강변에 설치'하는 4대강사업의 판박이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2년 전 부산지방국토청은 낙동강 합수부인 삼강주막 일대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 뱃길을 조성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내성천 일대의 환경 훼손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취소됐다. 당시 지율 스님과 내성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공동으로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개포면의 강가 밭 수백 평을 사들였다. 이는 이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서였다.
준설과 보 공사는 추진할 수 없게 됐지만, 국토부는 "내성천(국가 하천)을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으로 창출"한다면서 다시 하천정비사업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3월 셋째 주)에 그 동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핵심구간인 회룡포 일대의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이라고 말하지만 국토부는 홍수위가 바뀌었다며 홍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해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전에는 홍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던 곳들이 이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뭔가 잘못돼도 아주 크게 잘못됐다.
제방 쌓는 것보다 보상 제대로 하는 게 더 합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