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끝사랑'의 한 장면. 스킨십에 민감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여성 역할의 박소라(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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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이 흘러 드디어 내게도 남자친구가 생겼다. 연애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커플들의 애정행각에 대한 내 생각에도 조금의 변화는 있었다. 솔로 시절에는 커플들의 스킨십에 과하게 민감했지만, 이제는 조금 관대해졌다. 왜냐하면… 나도 하니까.
캠퍼스 커플인 우리는 같은 수업도 종종 듣고, 점심식사는 거의 매일 함께 한다. 손을 잡고 캠퍼스를 산책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 보는 시간도 많고, 그만큼 애정지수는 더욱 올라간다. 애정행위 정도에 있어서 남자친구와 나의 생각은 거의 일치한다. 가끔씩은 내가 더 많이 요구(?)할 때도 있다. 남자친구는 부끄러움이 많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2014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김없이 우리는 봄날의 캠퍼스를 즐기고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간 시간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떨어질세라 딱 붙어서 길을 걷는다. 가끔 사람들이 안 보이면 볼에 뽀뽀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학생들이 하나둘 강의실 밖으로 나오면 남자친구는 내 어깨에 올렸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고 그냥 내 손을 잡는다.
나보다 더 민감한 '부끄럼쟁이' 남친, 순수한 줄 알았는데"왜? 왜 손만 잡아야 돼? 어깨동무 정도는 괜찮잖아?""아니다. 원래 손만 잡아야 하는 거다.""치!"가끔씩은 섭섭함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기엔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에 그냥 넘긴다. 남자친구는 아예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은 적도 꽤 있다. 그냥 손 시려워 그러는가 보다 하고 '쿨'하게 넘긴다.
내가 스킨십에 관대해졌다고 해서, 커플들이 공공장소에 하는 지나친 애정행각도 용인하게 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포옹이나 입맞춤을 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학교 식당이나 편의점 옆, 또는 도서관과 각 단과대 건물 앞 벤치에서 남들 보란 듯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여전히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운 남자, 남자의 무릎 위에 앉은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저게 뭐하는 짓이고'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아닌가 보다. 길을 가다 커플이 한창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을 보면 눈을 떼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서라도 감상(?)하고야 만다. 나 참. 사람 있는 곳에서는 어깨동무조차 하기를 꺼려했던 남자친구가 아니었던가. 왜 그러냐고, 보지 말라고 눈치를 줘도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다.
"왜? 재밌잖아."재미? 영화도 아니고, 다른 커플의 애정행각을 재미를 위해 계속 보고 있다니.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다는 걸까? 남자친구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하면 솔직히 부끄럽잖아. 특히나 학교에서는 동아리 후배 녀석들도 만날 수 있고. 그럼 내 모습이 뭐가 되냐?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거야 뭐 어차피 남들 구경하라고 하는 거 아니가? 남자나 여자가 좀 더 진하게 스킨십 하면 상대방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순수한 줄만 알았던 남자친구가 음흉한 늑대로 보이는 순간이다. 그래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나한테 저런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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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뽀뽀만 감상하는 남친, 왜 이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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