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측이 주최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회담시 북핵 및 비확산 문제에 관해 의견 교환을 가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한미, 한중, 한러 정상회담을 각각 두 차례씩 가졌다. 일본과는 정상회담을 한 번도 갖지 못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 외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는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 희망 의향을 여러 차례 비쳤으나,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 개선 없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혀왔다.
국민은 이런 '비정상 외교'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 한국갤럽의 한일 관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사 인식 개선 없이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감하는지 물은 결과, 74%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16%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요약하면, 국민 대다수는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일본에 끌려가지 않는 박 대통령의 소신과 강단이 있는 외교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 '박근혜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헤이그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24~25일)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측이 주최하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로 했으며 회담시 북핵 및 비확산 문제에 관해 의견 교환을 가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측이 주최하는 3국 정상회담'임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은 4월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양국 순방을 앞두고 한일 관계의 개선을 강력히 주문해왔다.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중재를 수용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우려는 북한 핵무기의 국제테러 조직 이전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가동국이 모여 핵 테러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 테러를 국제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핵안보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발족된 회의다. 2년마다 전세계 53개국 정상 및 4개 국제기구(UN, IAEA, EU, 인터폴) 대표들이 참석하는 안보 분야 최대 다자정상회의다.
핵안보(nuclear security)는 핵 테러나 방사능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핵물질, 방사성 물질 및 원자력 시설을 악의적 행위로부터 방호하는 일련의 조처를 의미한다. 북한은 2003년부터 8000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해 적어도 1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핵무기가 알카에다 같은 국제테러 조직에 넘어가는 경우다.
이번 3차회의에서는 전세계 핵테러 위협의 감소를 위해 국제사회가 그간 이뤄온 성과를 점검하고 핵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국제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이었다. 그러니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북핵 문제와 동북아 안보협력 방안을 의제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수순이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인식에 대한 뚜렷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아베와 만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국내에서도 지지율이 하락세인 아베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이는 말보다 행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정치철학에도 반하는 것이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물밑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대북 5.24조치의 해제를 위한 대화를 요구해왔다. 박 대통령은 북측에 말보다 행동을 통한 신뢰 회복을 강조해왔다. 아베 총리 또한 과거사 부정과 역사 왜곡을 일삼으면서도 한국측에는 '정상이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말보다 행동을 강조해왔다.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은 때와 장소, 모두 부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