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대목장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유산 중 하나이다. 한국사회에서 대목장의 사회적 지위는 건설직 일용 노동자 이다. 사진은 한 한옥 목수가 지붕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장면이다.
이기태
한옥 목수는 한옥에 살지 않는다한옥 목수들은 어떨까?
50대 후반의 K목수는 내가 현장에서 만난 한옥 목수들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30년 넘게 일해 온 K목수는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에너지를 자랑했고, 무엇보다 기능이 뛰어났다. 다른 목수들보다 조금 낫다하는 정도가 아니라 출중했다.
선자 서까래 걸기는 한옥 목수의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한데, 그는 뛰어나다고 하는 목수들이 거는 양의 두 배를 걸었다. 내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는 거짓말 같은 실력이었다. 그가 도편수로 참여한 유명 사찰의 다포집만 해도 수십채였다.
그런 K가 말했다.
"맑은 날 쉬게 되면 죄 짓는 기분이 들어."난 이 말이 갖는 무게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기에, 조금은 아득해졌다.
작년 겨울 그를 힘들게 했던 문제는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딸의 학자금 마련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선택한 길의 기능에 관한 '끝판왕'과 같은 존재였는데, 그런 그는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 일종의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가족을 위해 객지생활하며 오로지 일만 했는데, '끝판왕'을 깬 뒤에 얻게 되는 것이라곤 가족과 관련된 문제뿐 일 수도 있다는 사실(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좋아서 하는 일에 경제적인게 무슨 문제인가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잠시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조장하는 '배후 세력'이 누군지가 더 궁금하다).
내가 속한 건축협동조합 '터'에서 작년 여름에 흙집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교육생 한 분이 '한옥 목수는 한옥에서 살지 않는다'는 말을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한옥과 한옥 짓는 장인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분 같은데,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사실 너무 간단하다. 한국 사회에서 한옥은 고급 단독 주택에 속하지만, 한옥 목수는 사회적으로 '일용직 노동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문제, 아파트 짓는 형틀 목수는 아파트에서 살까? 많지는 않지만 서울의 아파트에서 사는 목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공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한 목수들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삼 년 차 풋내기 목수로서 앓는 소리 내는 나에 비하면, 훨씬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세상에는 품위 있는 사람과 품위 없는 사람으로 나눠 지는 게 아니라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논객 김규항이 했던 말이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목수들. 이들에게 좀 더 적절한 보상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최소한 근로기준법이 정한 것 만큼이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규제 철폐를 외치는 정부를 둔 나라의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지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다음에는 '일용직 노동자'인 목수들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근로 내용은 어떤 것이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