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무덤군 오름은 살아서는 삶의 터전이고 죽어서는 죽음을 맡기는 곳이다
김정봉
오름은 '오르다'에서 왔다고 추측하고 있는데, 산이나 봉우리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화산으로 제주 땅이 생기고 작은 화산활동이 더 진행되면서 생긴 기생화산이 오름이다. 오름을 넘어 신화와 전설, 민담이 가득한 곳이 제주다.
고조선 건국신화 마냥 제주에는 창세신화가 전해온다. 그 주인공은 제주를 만들었다는 거대 여신 설문대할망.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가득 담아 제주섬을 만들었고 흙을 나르던 중 한줌씩 떨어트린 것이 360여 개 오름이 되었다는 설화다. 봉긋 솟은 봉우리는 할망이 장난삼아 손가락으로 눌러 굼부리(분화구의 제주말)가 되었다 한다.
한라산 북동쪽 평원은 오름이 몰려있는 '오름촌'이다.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닻오름, 높은오름, 앞오름, 당오름, 동거문오름, 백약이오름 등 셀 수 없는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 있다. 그 중 해 뜨는 용눈이오름을 시작으로 다랑쉬와 아끈 다랑쉬오름, 해지는 수월봉까지 오름여행을 떠나본다.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 용눈이오름은 동트기 전, 어둡지도 환하지 않은 때 참맛이 난다. 등줄기곡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쪽하늘은 해가 뜨려는지 파랗게 밝아오고 서쪽하늘에는 달이 높이 솟아 명을 다해가고 있다. 오는 해와 마지막 달빛에 비쳐 하늘과 땅이 하나의 선으로 만났다. 나무나 풀은 모두 어둠속에 숨죽이고 있고 보이는 건 오직 하늘과 맞닿은 오름의 실루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