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국민일보특별취재팀의 '독일리포트'
이지북
"뛰어난 기술은 좋은 제품으로 이어진다. 닥터듀어는 고품질 고가 샐러드 시장의 선두주자다. 다른 회사가 같은 종류의 샐러드 400g을 0.99유로에 팔 때 닥터 듀어는 200g을 1.29유로에 판매한다. 100g당 2.6배 비싼 가격에 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들어간다" 국민일보특별취재팀에서 엮은 '독일리포트'의 내용이죠. 독일식 중소기업의 한 면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죠. 독일의 현대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 닥터 듀어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회사는 매출액의 10%를 제품 개발과 설비 투자에 쓴다고 하죠. 물론 그것은 좋은 샐러드를 생산하여 판매하기 위한 일이고, 그 덕에 샐러드 시장의 선두 주자 자리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듀스버그에센대 경제학과의 앙거 벨케 교수가 한국 기업에 대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추도록 조언한 것도 그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는 '세계적 기술'과 '세계 최고의 기술'은 크게 다르다고 하죠. 한국도 세계적 기술을 갖춘 기업도 없지 않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은 독일이 훨씬 많다고 하죠.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그 기술을 갖추기 위해선 대학이나 연구소와 함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죠.
이 책에서는 독일의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사회적 기업들에 대해 취재한 것들을 많이 싣고 있습니다. 이른바 금융이나 농업, 산업과 소비자 그리고 주택부문 등에서 수많은 협동조합이운영되고 있다고 하죠. 그야말로 독일은 협동조합의 천국인 셈입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여파로 정부가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에너지협동조합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죠.
"우리나라에서 이미 생활협동조합은 굉장히 성장했다. 생협은 도시와 농촌 상생을 위한 것이다. 아쉬운 것은 주택협동조합 같은 것이다. 주택은 공급과 수요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크다. 기업이 지어서 큰돈을 남기고, 사들인 사람은 투기를 하고, 그러니까 소비자는 적절한 주택을 못 갖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협동조합은 중간의 거품을 다 없애버리니까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있다."(110쪽)이른바 2013년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터뷰한 내용이죠. 박원순 시장이 여러 협동조합가운데서도 주택협동조합에 더 많은 관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답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울시의 주택문제가 심각한 구조이고, 기업과 주주들이 큰 돈을 가져가는 반면에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전세와 월세를 전전긍긍하다가 그도 없으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독일식 주택협동조합에서 본받고 개선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하죠.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 일은 기업과 투자자들과 맞물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듯이 그것은 '풀뿌리 협동조합'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의 라이파이젠협회 마린 커란 미디어 담당관도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걸까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가 성공할 수 있는 길도 협동조합에 달려 있다고 말이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에도 협동조합이 당연히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이 대기업 횡포를 막는 건 어렵지만 견제할 수는 있다. 동네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게 싫고, 자기 지역농산물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협동조합을 만들면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협동조합이잘 정착되면 대기업 못지않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연간 매출액이 500억 유로가 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협동조합도 있다면서 이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주식회사로 기업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고 소개했다."(118쪽)그렇듯 이 책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대한민국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독일을 성공모델로 찾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 새로운 어젠다를 모색코자 함이죠. 하여 이 책의 제1부는 '경제 민주화로 가는 지도'를, 제2부는 '폭넓게 자리잡은 사회적 경제', 제3부는 '더 낳은 삶을 보장해주는 국가', 제4부는 '상생의 정치와 통일을 이룬 힘', 그리고 마지막 제5부는 '독일의 정신문화'에 대해 각각 소개하고 있죠. 정말로 배울 게 많은 독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썼다고 하죠. 그만큼 통일이 되면 여러모로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죠. 독일을 방문했을 때 통일에 대해 진지한 경청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한 베르너 페니히 베를린 자유대학교 명예교수의 말도 뼈속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죠. 이른바 남북 통일을 위해서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부터 설치해야 한다는 것 말이죠. 그를 통해 서로 왕래하고, 정신적 교감을 이뤄내야만 통일의 로드맵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겠죠. 한술로 통일 대박을 터트릴 순 없으니깐 말입니다.
독일 리포트 - 미래 한국의 패러다임을 찾아
국민일보 특별취재팀 엮음,
이지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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