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절 목포 사람들의 눈물이 들어 있는 '콩물'.
김종성
생선을 싣는 나무상자들이 길가에 보이고 어디선가 짭조름한 냄새가 풍긴다 싶더니 목포항과 그 앞의 수산시장이다. 나무 상자들을 지키는 백구 한 마리가 다행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볼 뿐 덤벼들지 않았다. 1908년 목포항이 개항하면서 부둣가 어물전으로 시작된 목포종합수산시장은 원래 동명동 어시장이 예전 이름이며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건어물과 활어등 각종 수산물들이 모두 다 있는 목포를 대표하는 종합수산시장이다.
특히 여행자의 눈길을 끈 건 목포의 특산물인 홍어들이었다. 1300여 점포 중에 100여 개가 홍어 전문 점포일 정도로 귀한 홍어들이 흔하게 보였다. 평소엔 피하고 싶던 생선 비린내도 항구 풍경과 어우러져 오히려 자연스럽고 싱싱한 내음으로 느껴졌다. 모름지기 바닷가에서는 짠 소금냄새와 비릿한 생선 냄새가 흘러 나와야 제 격이지 싶다.
점심밥을 먹으려고 어느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백반 집을 물어 보았더니 마침 점심식사를 하려던 참이라며 같이 가자고 한다. 백반집이 1인분은 안 되는 곳이 많아 기사 아저씨와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계란찜, 메추리알, 나물반찬 등 집 밥 같은 한상에 양은 조금이지만 수산시장에서 보았던 홍어가 나와 더욱 좋았다.
걸쭉한 막걸리가 생각나는 말투의 택시기사 아저씨에게서 목포의 음식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아저씨의 얘기를 재미나게 들으며 밥을 먹다보니 어느 새 밥공기 두 그릇이 뚝딱이다. 목포 인근에서 유독 많이 잡히는 세발낙지는 다리가 가늘다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다리가 세 개'라는 짐작은 오해다. 목포에선 '갯벌 속의 인삼'으로 통할 정도로 원기회복에 좋은 최상의 건강식이다.
옛날(조선시대)엔 전국적으로 풍요로웠던 민어가 왜 이제는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생선이 되었는지, 어쩌다 홍어를 삭혀 먹게 되었는지, 왜 세발낙지는 다른 낙지에 비해 그토록 연하고 맛이 좋은지 재미있고 생생한 전라도 사투리로 잘 알려 주셨다. 특히 쌀 부족으로 자주 먹게 된 콩물이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목포엔 어디나 '콩물'이라는 음식을 하는 식당이 종종 눈에 띈다, 오늘날처럼 콩물은 별식이나 별미가 아니라 그야말로 쌀이 없어 흘리던 눈물이 섞인 음식이었다고. 홍탁삼합, 민어회, 세발낙지, 꽃게살무침, 갈치조림 등 목포가 자랑하는 다섯 가지 음식인 목포 5미가 유명한데 콩물은 목포6미로 정해도 충분한 자격이 있을 듯 싶었다.
되살려낸 목포의 상징 '삼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