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린그래스의 <블러디 선데이>
백두대간
반면 '피의 일요일' 사건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되고 재조명돼 왔다.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는 2002년 <피의 일요일>을 통해 시간을 되돌렸다.
극영화였지만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정도의 사실적인 연출로 그날의 비극을 재현해 낸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날의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던 민권운동가는 "북아일랜드의 민권투쟁은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외친다. 이어 엔딩 크레딧에는 '북아일랜드의 갈등으로 인해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자막이 나간다.
영국 정부는 이 사건을 오랫동안 은폐해왔다. 그러다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12년에 걸쳐 '피의 일요일' 사건을 재조사해 새빌 보고서를 냈고, 보수당의 데이빗 캐머런 총리는 2010년 6월 해당 사건을 비무장 시민에 대한 무차별 학살로 공식 인정하고 피해자에 사과했다.
정치적으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다. 1998년 미국의 중재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타결된데 이어 2002년 신교도측(유니오니스트)과 구교도측(신페인)이 자치정부 수립에 합의한 것이다.
폴 그랜그래스의 영화 <피의 일요일>에서 영국군 공수부대 장교는 시위대를 '극렬분자(Hard Core Hooligan)'라고 비하한다. 이승만 정권이 단정에 반대한 제주도민을, 그리고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매도한 일이나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러나 영국과 북아일랜드는 정파를 초월해 "중무장한 군인이 비무장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그 날의 비극을 복기해 냈다. 진보-보수의 스펙트럼에 따라 4·3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심지어 보수를 참칭하는 부패세력이 광주의 비극을 공공연히 훼절하는 이 나라의 현실과는 너무나 판이하다.
아일랜드 출신 록그룹 U2는 1983년 <Sunday Bloody Sunday>란 곡으로 그날의 비극을 노래했다. U2의 리드보컬 보노는 이 곡에서 연신 'No More'를 외친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보노의 절규처럼 군이 민간인을 향해 발포하는 비극이 북아일랜드에서든, 제주에서든, 광주에서든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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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피의 일요일>과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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