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미동' 김형태 교사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들이 재미있으면 자연히 스마트폰을 안 쓴다".
권우성
김 교사는 최근 도입되고 있는 원격 통제 앱에 대해 "어른의 시각에서 나온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청소년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어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들이 재미있으면 자연히 스마트폰을 안 쓴다"면서 "무조건 스마트폰을 뺏기보다는 먼저 휴대폰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들과 달리 현재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등을 접했기 때문에, 인터넷·스마트폰의 한계나 단점을 배울 새도 없이 여기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깨미동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온라인보다 직접 손으로 하는 오프라인 활동들을 권장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게임 중에 내가 지고 있다고 해서 판을 뒤엎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게임에서는 하다 안 되면 컴퓨터를 꺼버리면 그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상대방보다 내 감정이 중요해지고,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점점 개인화돼가는 거죠."
온라인이 더 편해진 아이들은 자연히 중독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김 교사는 "반 아이들 중 80%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업 종료 후 다른 반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니 하나같이 다 복도에서 스마트폰 게임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보는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미디어 다이어트·스마트폰 바구니' 해보니... 놀면서 변하는 아이들 깨미동 교사들은 이런 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고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각 교실에서 '미디어 다이어트'와 '스마트폰 바구니 운동'을 진행 중이다. 미디어 다이어트는 학생들이 스스로 일정 시간을 정해 스마트폰·컴퓨터·TV 등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을 뜻한다. 또 스마트폰을 바구니에 넣어, 필요할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깨미동 교사들은 '스마트폰 바구니 패키지(조립 세트·4인 가족 기준)'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학기 초 집집이 하나씩 나눠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만나는 학부모들마다 "잘 쓰고 있다"면서 두세 개씩 더 가져갔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가 가르치는 교실 책상 위에도 '별에서 온 아이들', '사채업자' 등 모둠 이름이 쓰인 노란색 '스마트폰 바구니'가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