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이었던 5세 아이가 무국적자 된 사연

[헌법 재판소] 아버지 가족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승소

등록 2014.04.04 18:00수정 2014.04.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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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적법에 따르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1.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 2. 출생하기 전에 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 당시에 부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자, 3. 부모가 모두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나 국적이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한 5살 난 남자아이가 무국적자로 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베트남인 엄마는 아이를 시댁에 맡긴 채 가출해 버렸다. 아버지 가족이 법원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남자아이는 한국 국적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부계혈통주의였다. 하지만 2000년 헌법재판소는 이를 규정한 국적법에 관해서 위헌 결정(97헌가12)을 선고하였다.

"부계혈통주의 원칙을 채택한 국적법은 출생한 당시의 자녀의 국적을 부의 국적에만 맞추고 모의 국적은 단지 보충적인 의미만을 부여하는 차별을 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다. 한국인 부와 외국인 모 사이의 자녀와 한국인 모와 외국인 부 사이의 자녀를 차별 취급하는 것은, 모가 한국인인 자녀와 그 모에게 불리한 영향을 끼치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남녀평등원칙에 어긋남이 분명하고 이러한 차별취급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혼인에서 배우자의 한쪽이 한국인 부인 경우와 한국인 모인 경우 사이에 성별에 따른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양쪽 모두 그 자녀는 한국의 법질서와 문화에 적응하고 공동체에서 흠 없이 생활해 나갈 수 있는 동등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는데도 전체 가족의 국적을 가부(家父)에만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가족의 장(長) 또는 중심을 부로 정하는 것은 가족생활에서 양성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의 명문에 비추어 타당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해당 국적법은 헌법이 규정한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적제도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천부인권사상은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낳았고 이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므로, 개인은 자신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공동체인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즉 국적선택권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인권 선언이 제15조에서 "①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②누구를 막론하고 불법하게 그 국적을 박탈당하지 아니하여야 하며 그 국적변경의 권리가 거부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국적법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취지를 되새겨야한다.
덧붙이는 글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국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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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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