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솜씨 하나를 믿고 노구를 끌고 가시는 할머니.
이월성
인천시 남구 남주길 11번길 69번지 오세(여·78) 백발 할머니는 반지하방 쪽방에서 할아버지와 사신다. 남편은 고혈압과 당뇨병로 거동하기조차 불편하신 몸이다. 할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여기저기서 불러 다니며 음식을 만든다.
할머니는 김치 한 가지를 담가도 매콤짭짤하게 입맛을 당기게 잘 만드신다. 아들이 한 명 있기는 해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다녀가서 만나기 어렵단다. 자연히 아들이 있다는 명분으로 정부에서 주는 생활 보조금도 받지 못하신다. 할머니의 음식 만들기 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할머니가 검은 비닐 봉투에 맥주병 2개와 소주병 6개를 넣어 들고 와 고물상 주인 옆에 놓고 수줍어하면서 돈 600원을 받아 들고 어린애처럼 환희 웃는다. 웃는 모습은 손수레 가득 파지와 술병 등을 싣고 와 1, 2만 원을 받아가는 남자들의 웃는 모습보다 더 밝다. 600원을 받아든 할머니가 1, 2만 원을 받는 사람보다 더 즐거워하는 모습이 이상해서 물었다.
- 할머니 600원 받으신 것이 즐겁습니까? "암문이죠? 우리 집 강아지 줄 간식 값이 아닌교?"
- 강아지 줄 간식 값이 되나요? "안 되지예 저금통에 모았다가 한 달에 한번 외손자 6살 놈이 '할머니'하고 부를 때 햄버거 한 개를 안겨주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엽죠. 잉. 더 바랄 것도 없고 행복해집니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시면서 사르르 눈을 감고 외손자 모습을 떠 올리는 것 같다. 적은 돈에도 생명력을 불어넣고 강아지 간식 값으로 만드는 할머니의 해맑은 웃음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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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빈 병 8개 판 돈 600원에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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