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나들가게 로컬푸드 공급 체계. 중기청은 광주지역나들가게협의회가 중간 물류를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나들가게와 관련이 없는 유통조합이 물류를 맡을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욱
지역의 농산물을 대형마트보다 싸게 공급하기 위한 '나들가게 로컬푸드 공급' 시범 사업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아래 중기청)이 주관하는 '나들가게 로컬푸드 공급' 시범 사업은 지난 1일부터 광주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역할을 맡은 광주지역나들가게협의회(아래 협의회)에서는 김흥수 이사장과 회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나들가게 점주들로 구성된 협의회 회원들은 "지난해 초 협의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 이사장이 협의회 일은 뒷전인 채 아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 일에만 몰두했다"라면서 "이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다, 김 이사장이 협의회를 이용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이사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 내부에서는 "김 이사장이 개인적인 잇속을 챙기는 동안 약 1700여만 원의 협의회 기금이 이미 고갈됐고, 회원들이 사용처를 요구해도 지금까지 단 한 건의의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중기청의 로컬푸드 사업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협의회 윤행렬 감사는 "애당초 김 이사장이 기금고갈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해 회원들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기청의 이번 시범사업이 언론에 나온 이후에야, 우리 협의회가 물류를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이사장은 "협의회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절대 없다"라면서 "소명 절차를 밟아 회원들에게 낱낱이 해명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3월 1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교육센터에서 열린 2013년도 광주나들가게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이날 총회에서 감사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 정기총회의 3월 연기 및 영수증 등의 감사증빙자료 미제출 ▲ 협의회가 아닌 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을 통한 협업화사업 진행 ▲ 이사장 개인의 물품을 협의회 창고에 무단 보관·사용 ▲ 창고 및 사무실 유지비용 과다 지출(관련 비용 2000여만 원) 등으로 인한 협의회 기금고갈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협의회 창고 사용료 300만 원과 200만 원 상당의 사무실 집기비품 구입비용을 입금하는 동시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 '오는 8월까지 협의회(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 공단 봉합에 들어갔지만...
협의회가 현직 이사장과 회원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서둘러 진화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하지만 두 기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들가게에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지난해 9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체결한 이후, 이 지역 협의회가 체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해왔다"라면서 "또 그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이번 시범사업을 광주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급 단가와 관련해 여러 유통업체를 검토했지만, 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이 제일 낮은 수수료(5%)를 제시해 이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로컬푸드 사업은 나들가게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사업인데, 사업 주체를 두고서 왜 문제를 삼는지 알 수 없다"라면서 '협의회가 하든 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이 하든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와는 달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협의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난 3월 25일 광주 지역에서 열렸던 로컬푸드 시범사업 설명회 이후에 알았다"라면서 "만약 협의회 총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됐던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생산자와 나들가게 사이에서 물류를 담당할 새 업체를 선정할 때까지 이 문제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나들가게유통협동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김 이사장과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표했다.
이처럼 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다. 사실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둘러 '나들가게 로컬푸드 공급' 사업을 시행했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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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의 로컬푸드 시범사업, 발걸음 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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