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통계에 의하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수는 약 180만 명인데, 입원 치료든 상담치료든 뭔가를 하고 있는 이들은 그 중 0.4%에 불과했다.
이정혁
그렇다고 이들이 술·담배를 실컷 하도록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담배와 폭음이 건강과 안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절제에 대한 점잖은 충고나 도덕적 힐난이 아니다. 심지어 이러한 것들은 효과를 발휘하기도 어렵다.
첫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술·담배로부터 건강을 지켜야 할 이유, 삶의 이유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다. 최소한 건강해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결정한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의 경험도 중요하다. 꼭 건강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자력화 그 자체는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연보조제 제공이나 알코올 중독 치료 같은 실질적인 의학적 도움도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예컨대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수는 약 180만 명인데, 입원 치료든 상담치료든 뭔가를 하고 있는 이들은 그 중 0.4%에 불과했다.
2012년 경찰은 사회의 안녕과 주취 폭력 행위자에 대한 엄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쪽방과 홈리스 등 가난한 이들이 밀집한 지역을 주폭 우범지역으로 선포하여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경찰이 '전과 94범의 주폭'이라고 떠들썩하게 발표했던 이는 악질 범죄자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가난한 이였다.
담배 때문에, 술 때문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혹은 버림받아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가난한 이들도, 누구나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또 그렇게 살 권리가 있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가난한 동네에서 가장 효과적인 금연·금주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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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목한 '전과 94범의 주폭', 알고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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