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셀
2007년 사업 초기에 입사해서 해고될 때까지 휴직 없이 쭉 5년을 일했는데 그중 단 6개월도 시(화성) 소속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매년 재계약하는 형식이었다가, 업무대행으로 체계를 바꿨다가, 급기야 2011년 민간위탁으로 바뀌면서 전씨는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를 거쳐 지금은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위탁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바뀌었죠. 저희는 방문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일부러 '방문' 간호사라는 직함을 준 거잖아요. 근데 방문간호사가 아니라 연구요원, 교수님으로 바뀌었어요.(웃음)"(학교법인에 위탁을 해서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됨)위탁운영 체제로 바뀐 이유는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정부가 고령화, 핵가족화, 여성노동시장 진출 등 사회 환경이 바뀌고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06년부터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에서 비용의 임계치를 넘어선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팔아넘기고 있다.
"1년에 한 번 행안부 평가가 있는데, 평가기준이 이상해졌어요. 민간위탁으로 바뀐 후로부터는, 양적인 향상만 중요시 여기는 거예요. 건강증진이 목적인데 말이죠. 참나, 예전에는 조절률 같은 부분을 많이 보았거든요. 당뇨나 혈당이 얼마나 많이 조정되었는지, 그게 제일 중요했는데 이런 게 다 없어졌어요. 무조건 양적 기준 중심이에요." 또한 평가를 통해 지역마다 경쟁을 부추기는 가운데, 1등을 한 지역에는 상장을 준다고 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위탁운영 체제다 보니, 1등을 한 지역 법인은 다음 연도 계약에 유리하다고 한다. 또한, 하루 방문 건수가 중요하지, 그 외에 방문해서 서비스 수혜자와 어떤 대화를 했고 시급한 필요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쌓을 것이며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것인지 등의 과정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방문간호사 파견이 목적대로 집집이 방문을 통해 각 가구의 필요도나 긴급함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해 연계를 해주거나 보고하는 등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맺어왔던 기존의 방식은 번거로운 사업, 미련한 돌봄 노동이 되어버렸다.
"사례 발표회 같은 걸 하거든요. 요즘엔 보면 경로당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 그것도 못하면 당신이 정말 수완이 없는 거다, 뭐 이런 발제들을 해요. 하지만 제가 있는 봉담읍은 도농복합 지역이라 외진 데는 정말 외지거든요. 서울 경로당 분위기랑 다를 뿐더러,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할 거라 예상하는 분들은 경로당에 절대 나오지 않으셔요. 돈도 없고 자식도 없고 자랑할 게 없는 분들은 그렇거든요. 그러니 애초 사업 취지상 그분들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원칙대로 집으로 다시 방문하는 게 맞는 거죠. 평가에서 말하는 실적은 못 채워도요."전씨와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나왔던 말은 지침·원칙이었다.
"원칙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사실 원칙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그녀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도 원칙을 얘기했다. 방문간호사의 직업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돌봄의 마음으로 원칙의 노동을 하는 전씨의 건투를 빈다.
방문간호사제도란? |
2007년부터 국민건강증진을 위하여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시작되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건강문제가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자로 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건강 취약계층에게는 단비 같은 복지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에 있어 집집이 방문하는 방문간호사는 필수적인 성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나 질은 열악하다. 방문간호사의 고용형태는 보건소에서 직접 고용하는 무기계약직, 기간제와 외주 위탁업체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된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건소에 기간제로 방문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간제로 유지하거나, 외주위탁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자의 신분이 불안정한 이유는 첫째, 공무원 조직의 확대를 정책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보건복지 관련 일선 종사자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둘째 이유는 예산절감과 배정의 문제이다. 방문간호사의 직접고용 또는 적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간호사 서비스를 받는 취약계층의 사회적 요구와 영향력이 적은 관계로 이들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에 예산을 배정하기보다는 지역유지의 관심인 개발과 전시 행정이 앞으로 지자체장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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