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에게 구호물품 지원'세월호 침몰사건' 나흘째인 1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유성호
저는 뱃사람이 아닙니다. 막 사고의 소식을 접하고 학생들도 모두 구조되고 무사히 사고가 마무리될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 거친 바다에서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는데 빌어먹을 통계는 왜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여러분들이 느끼는 똑같은 감정으로 서성거리다가 팽목항(진도항)으로 달려가 보니 찬 바닷바람에 떨며 보이지도 않는 병풍도 앞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우리 고장 봉사단체 회원들이 많이도 모여 있더군요.
그 사람들은 16일 사고 당일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점심 때가 되니 진도읍에서 식당을 하는 분들은 장사를 팽개치고 집에 있는 음식물을 실어날라 봉사대원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이웃들이 어디서 그런 용기와 동정과 온정이 숨어 있었던 것인지 저도 놀랐습니다. 그 이후 각지 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밀어닥치고 미담이 오가고 시간이 흘러갑니다. 지금도 우리 고장 사람들은 그렇게 현장의 뒤쪽에서 뛰어다닙니다.
저는 우리 고장 사람들을 자랑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실컷 이곳의 소식을 들었을 테니까 그늘에 숨어서 고생하는 동네 사람들의 일을 담담히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낮에는 희망과 간절한 염원이 담긴 노오란 리본을 이제는 유명해져 버린 진도실내체육관에서부터 달기 시작했습니다. 내일은 더 많은 회원들이 모여 가로수에 리본을 달아갈 것입니다. 저 팽목항까지. 늦은 밤, 혹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하고 팽목항을 한바퀴 돌아보고 집에 돌아와서 이 글을 씁니다.
이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도 지쳐갑니다. 첫날을 제외하고는 희비가 엇갈린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희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고 온통 비통함뿐입니다. 지금 여기는 아무도 웃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술집에는 술 마시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간혹 유가족들만 들른다고 합니다. 우리 고장 사람들은 죄없이 죄지은 사람들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뎌갑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구호물품이 몇 차례씩 도착을 하면 모여들어 창고에 정리하고 광장에 노적하며 땀을 흘립니다.
다른 곳에서 오신 봉사활동자들의 뒷수발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마을에서는 마을회관을 숙소로 내어 놓았고 쓰레기 하나라도 있는 것은 무슨 큰 일이나 되는 것처럼 치웁니다. 팽목항이나 실내체육관 부근은 그렇게 많은 차들과 인파기 붐벼도 항상 말끔하게 관리합니다.
하루에 움직이는 차가 아니고 서 있는 차만해도 양쪽을 합쳐 천 대가 넘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파들이 몰려드는지 솔직히 세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우리 고장 사람들의 숫자보다는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에는 군청에서 주민들의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대통령이 시키지 않아도 우리 군 사람들은 참 잘 판단하고 의논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장기화, 우리가 도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