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에서 개최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간의 기존 입장에서 특별하게 변화된 것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미 백악관이 이날 회담 직후 누리집에 게재한 '공동 보고서: 미-한미 동맹: 글로벌 파트너십(Joint Fact Sheet: The United States-Republic of Korea Alliance: A Global Partnership)'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미일 간의 삼각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혀 미국의 한일 정보 협정 체결 압박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미 백악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으며 국제 사회와 공유한 공동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remain fully committed to continuing our close cooperation on the full range of issues related to North Korea toward our common goal, which is shared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of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in a peaceful manner.)
이는 이른바 북핵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기존 정책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지난번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내용과 동일하다.
특히,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의무를 강력히 제기하며 "향후 위협적인 행동과 도발을 자제할 것을 촉구(we urge the DPRK to refrain from further threatening actions)"한 점은 한미 양국의 기존 대북 입장을 더욱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란 핵문제 해결 도움 한국에 감사... 북핵 해결 6자회담은 언급조차 없어
이번 보도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이란 핵 문제 등 국제적인 평화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우리 양국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P5+1, 그리고 P5+1-이란 공동행동계획'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이 (이러한 이란의) '공동행동계획' 실행에 도움을 준 데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are close partners on international efforts to resolve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concerns about Iran's nuclear program. Our countries strongly support the P5+1 process and the P5+1-Iran Joint Plan of Action. The United States appreciates the Republic of Korea's assistance in implementing the Joint Plan of Action.)
하지만 장문의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대화 창구로 현재 가동이 중단된 '6자회담(Six Party Talks)'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다시 말해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제재와 이에 따른 강력한 봉쇄 정책을 다시금 분명하게 명기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이번 백악관 발표 공식 보도자료에서 눈여겨 볼 점은 이른바 '전시작전권(OPCON)' 이양 문제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따라 '전시작전권' 이양에 관한 문제를 "재고할 수 있다(can be reconsidered)"고 밝혔다.
이 점은 이미 한미 군 당국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시기를 재조정하기 위해 한미 연합 실무단을 구성해 전환 시기와 조건을 공동 평가하기로 합의한 것을 한미 정상이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양국 지도자는 실무단(teams)에 적당한 전환 시기와 조건을 결정하는 데 더욱 분발(hard)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전시작전권' 이양 후에도 한국이 연합 방어를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한미 연합훈련 실시 재확인... 북핵 위협에 한미일 정보공유 중요
하지만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한미 연합 연례 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 '키 리졸브'. '포 이글' 등을 통해 지속해서 상호 (군사) 운영 능력과 신속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매년 지속되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계속 실시를 분명히 했다.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have decided that due to the evolving security environment in the region, including the enduring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threat, the current timeline for the transition of wartime operational control (OPCON) to a Republic of Korea-led defense in 2015 can be reconsidered. Both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continue to develop interoperability and readiness through the use of annual joint and combined exercises such as Ulchi Freedom Guardian, Key Resolve, and Foal Eagle. The two sides are also working to ensure that the Republic of Korea is ready to lead the combined defense after OPCON transition takes place. The leaders of both countries urged their teams to continue to work hard to determine appropriate timing and conditions.)
또한, 백악관이 발표한 이 공식 보도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 정부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클로벌 호크(Global Hawk Unmanned Aerial Vehicle systems) 무인기, F-35 전투기(F-35 Joint Strike Fighter jets) 등을 구매하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자체적으로 공동 이용이 가능한(interoperable) 탄도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동맹국과 명령, 통신, 연산, 정보 시스템의 정보처리 상호운영(interoperability)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미 양국은 그러한 위협에 포괄적이고 협력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으로 한미일 삼각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The Republic of Korea is also developing its own interoperable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s and enhancing the interoperability of the Alliance's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and intelligence (C4I) systems. In order to respond to the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threats, the United States and Republic of Korea recognize the importance of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mong the United States, Republic of Korea, and Japan in a way that contributes to a comprehensive and cooperative response against such threats.)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 미국이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의 핵심이 되는 한일 정보 공유 협정 체결을 강력히 요구했고 한국 정부가 원칙적인 동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작권 연기 대가로 한일 간 정보공유 협정 체결 동의 의혹"
특히,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양해각서(MOU) 형태로 한일 간의 정보 공유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국방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적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3국 간 정보공유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정보보호 기관 간 약정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연합뉴스>는 "그동안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MOU에 대해 '여건이 조성돼야만 가능하다', '논의할 단계가 아직 아니다' 등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던 국방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긍정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한일 국방 당국자 간에 지난 2012년 7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추진됐으나, 밀실 추진에 따른 논란과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협정 체결 당일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연합뉴스>는 이번에 다시 한일 정보공유 협정 체결 문제가 등장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시기 재검토'에 합의해주는 대가로 우리 정부가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MOU 체결에 사실상 동의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설명자료를 통해 ""실무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며, 추진 시에는 반드시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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