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각 부처 장관들의 헛발질 속에서 내각 총 사퇴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우리가 가장 먼저 들었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총리의 사의 표명 후 분위기가 어찌 되는지 봐서 할 요량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그것을 제대로 된 사과라고 볼 수 있을까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명 구조보다는 각하 구조, 사태 수습보다는 민심 수습'이라는 글에 이어 '그들에게 우선권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태'라고 적었습니다. 딱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렸습니다. 구조 현장에서는 야속했지만 눈물과 같은 빗속에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분향소로 향했습니다. 조문 인파는 닷새 만에 1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아픔의 비할 수는 없겠지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모두들 길을 재촉한 것일 테지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헛발질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안전행정부가 지역 단위 합동 분향소 설치시 시군구는 제외토록 했다는 것입니다.
안전행정부는 26일 광역자치단체에 보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 분향소 설치 협조'란 제목의 공문에서 시, 군, 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제외하도록 명기했습니다. 또 17개 시도에 이 내용을 통보하면서 합동분향소 설치 소요경비는 자치 단체의 예비비 등으로 충당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관해 관련 공무원들은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인데 안행부에서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 못 하는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한편, 안행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종자의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도 생각해야 하고, 합동분향소를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일단 광역자치단체에 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교통이 발달돼 있는 점과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는군요.
글쎄요. 그보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두려운 건 아닐까요? 사람들의 슬픔이 증폭되어 향후 있을 선거에 악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해서, 어떻게 하든지 파장을 줄여 보려고 꼼수를 쓰는 건 아닐까요?
친정부 수구 언론은 어떻게든 세월호 참사의 시선을 박근혜 정부에서 돌리려고 하고 정부 사람들은 기자에 문자를 보내 정부 잘못을 너무 제기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 PD가 실종자 가족과 인터뷰 하는 것을 경찰이 녹음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경찰서에 문의하니 역시나 이유는 '개인적 일탈'이었지요, '일탈 정부'답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정부는 국민이 모이는 걸 두려워한다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그렇게 국민이 두렵습니까? 아니 그보다, 정말 슬프기는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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