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의 남장여자 하지원기황후 역의 하지원은 극 초반부에 남장여자로 등장한다. '남장여자' 활용을 통한 전개는 기존 드라마에서도 많이 활용된 바 있다.
mbc
이 뿐이 아니다. 극의 곳곳에 흥행코드가 숨어 있다. <기황후>는 큰 이야기 아래에 여러 작은 이야기가 합쳐진 구조다. 한 회 혹은 두 회에 걸쳐 독립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위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 난관을 극복한다. MBC <대장금>에서 정형화되고 <선덕여왕>에서도 선보였던 '미션사극'적 요소다.
이는 빠른 전개와 맞물려 극의 긴장감을 형성 시킨다. 시청자가 극의 흐름을 놓치더라도 줄거리 이해에 지장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미션사극' 서사 진행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진실게임'과 '반전요소'도 발견할 수 있다. 추리물이나 법정공방형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기황후>는 이처럼 흥행서사의 공식들을 집대성하며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토대 위에 지창욱, 하지원, 주진모, 전국환, 이문식 등 명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짐으로써 그야말로 매력적인 드라마가 됐다.
<사극>, '재미'냐 '역사'냐"역사적 사실로만 만들 거면 다큐를 만들지 왜 드라마를 만드나." <기황후> 역사왜곡 논란 당시 왕유 역의 배우 주진모가 했던 말이다. 실제 <기황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사극보다 드라마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사극은 일반 드라마이기 이전에 역사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사실 구현의 책무가 있다. 드라마를 통해 역사적 팩트와 픽션이 혼동되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팩션사극 특유의 재해석이나 극적 상상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기황후>는 역사의 재해석이나 극적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엔 매우 민감한 사안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점에서 문제다. <기황후>를 통해 역사적인 '폭군'이 '개혁군주'로, '매국노'가 '애국자'로 둔갑했다. 같은 논리라면 친일파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많은 누리꾼들이 비판했듯, '불꽃남자 이완용'이라는 작품이 방영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기존에 자주 극화되지 않은 인물과 사건의 경우 첫 흥행작의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다. '초두효과'가 작용해 시청자에게 오랫동안 각인되는 이유에서다. 흔히 후삼국 시대의 역사인물 궁예와 견훤을 떠올릴 때 KBS <태조왕건>에 등장한 김영철과 서인석의 캐릭터가 떠오르듯 말이다.
앞으로 기황후와 충혜왕을 떠올릴 때 대중은 역사적 본질에 앞서 하지원과 주진모가 보여준 애국자와 개혁군주의 모습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황후>는 복식과 소품, 세트장의 고증 수준 또한 매우 낮아 비판받기도 했다. (
관련기사: '막장사극 <기황후>, 일본인들 보면 비웃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