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일한옥학교에서의 작업 모습이다. 아슬아슬하지만, 실제 현장과 비교하면 안전하게 작업하는 편이다.
이기태
그런데 이 지붕일이라는 것은 이렇다. 3m에서 6m 정도 되는 높이에서 폭이 10cm 정도 되는 나무 위를 걸어다닌다. 단순하게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조립을 위해 커다란 나무메를 내려치고, 끌질을 하고, 때로는 엔진톱을 휘두르기도 한다. 바닥은 콘크리트다. 안전장치는 없다. 안전모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지붕일을 하다가 다친 사람도 많다. 현장에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때였는데 지방 문화재 해체 보수 작업을 하면서 15년 경력의 목수 J가 눈 앞에서 떨어졌다. 당시 '오야지'였던 H는 지게차 작업을 할 때 '10m 이내 접근금지'가 별명일 정도로 일을 급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지붕 작업을 할 때도 어김없이 빨리빨리를 주문했고, J 역시 서두르다가 떨어지는 나무에 옷이 걸려 같이 떨어진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보름이 지났을 때에는 목이 움직여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했고,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기 위해 현장을 떠났다.
이후에도 친하게 지냈던 선배 목수가 처마 작업을 하다가 떨어졌다. 비계 설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로 간단하게 작업 발판을 만들고 작업하다 나무가 부러지며 발생한 사고였다. 이 역시 '오야지'의 작업지시로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떨어지면서 부딪힌 충격으로 발꿈치 뼈가 으스러져 버렸다. 천만다행으로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남은 것은 몇푼의 보상과 일하기 불편한 몸뿐이었다.
대기업이 원청으로 있는 아파트 현장에서 일할 때는 상대적으로 안전을 우선으로 했다. 아침 조회를 시작으로 팀별 모임을 하거나, 오후 작업 전에도 무재해 구호를 외쳤다. 가끔 일과시간에 안전교육을 실시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원청 관리자들은 비록 감시자의 역할이긴 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작업장에 비해서는 안전하게 작업하는 편이었다. 이들이 이렇게나마 안전에 신경 쓰는 이유는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에게 입찰을 제한하는 법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난 노동 일기에 쓴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도 연관시켜 놓으면 잘 지켜질 것 같다(관련 기사 :
좋은 집을 짓는 확실한 방법, 이겁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입찰 제한 같은 법이 제정된 것은 산업 재해를 독재 정권 때처럼 개인의 문제로 넘겨 버리기엔 국민들의 희생과 저항이 너무 켜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조차도 사회적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국가. 너무 당연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들이 나아지고, 가족이든 재산이든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날 때, 일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안전 사고 역시 줄어들지 않을까?
다시 한옥 현장으로 돌아가보자. 목수의 노동일기를 쓴 뒤로 목수가 되려고 계획 중인 분이 블로그를 통해 상담을 해온 적이 있었다. 노동일기 속에 나온 목수의 생활에 대한 걱정때문이었다.
일당 받는 평범한 목수로서 조심스럽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노동 조건은 상대적이니 만큼 의지가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다. 생명과 관계된 작업에서 '오야지'가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작업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 비교적 안전하게 일하는 현장도 많다. 이렇게 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목수는 무늬만 목수다."참고로,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 사망자는 건설업(516명, 47.3%)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한 것은 건설업 분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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