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35일째인 20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실종자, 희생자, 생존자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처음에 세월호는 기업가의 탐욕이 부른 해양 선박 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고가 참사로 이어지고, 한 달 넘도록 국가 전체를 요동치게 한 원인은 전적으로 국가 재난 시스템에 대한 무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달리 생각하면,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의 유능함을 온 국민과 만 천하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만큼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돌이켜 볼 때, 하늘이 내려 준 골든타임 동안 구할 수 있는 승객을 모두 구해 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정반대였다.
세계 어떤 국가도 천재이든, 인재이든 일어나는 사고를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 횟수를 줄일 수는 있어도 사고 자체를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세월호가 전 국민에게 아픔을 준 참사로 기억되어지는 이유는 배가 침몰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재난시스템이 침몰했기 때문이다. 가라앉는 배에 아이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배에 타고 있었던 아이들이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하고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참사의 책임소재는 사고 낸 자들과 구하지 못한 자들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청해진해운이나 선장과 승무원에게는 응당 그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세월호의 참사를 부른 모든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고백한 만큼, 그 처벌 또한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진상조사와 그 책임 추궁에 있어서도 청해진과 해경에 경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장과 승무원이 살인자와 같다면 해경의 구조 책임자 또한 살인에 대한 동조자이며 공범자인 것이다. 결코 내 식구 감싸기를 위해서 청해진과 선장 그리고 승무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유가족과 국민 슬픔의 근본적 원인을 무마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담화문 속에 그려지고 있는 그림은 내 식구 감싸기와 희생양 만들기의 두 그림이다. 담화의 모든 내용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해경의 해체라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은 '통일은 대박' 한 번의 사용으로 족하다.
거대 언론이 아무리 충격적이라고 떠들어도 이제 국민은 알 만큼 다 인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은 세월호와 같은 비극을 선거정국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상기와 같이 담화문 속에 담긴 발표자의 의지를 분석하고 유능한 법조인에게 법리적 자문을 구했다. 만약 대통령의 약속대로 특검과 진상조사 위원회가 꾸려지면 이미 해체된 해경을 상대로 공소를 할 수 있는가? 공소 대상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공소가 가능한가를 자문해 보았다. 검찰의 공소는 조직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므로 해경청장과 관제센터 담당자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정도를 버리고 내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대국민 담화는 정말로 대국민을 상대로 자행된 꼼수였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끝내고자 한다면, 국민이 지금 가슴에 지니고 있는 분노의 화살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게 될 것이다.
국민 앞에서 흘린 참회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길은 책임자의 조사와 처벌에 있어서 지위고하를 망라해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뿐이다. 대통령으로써 진정으로 유가족과 국민의 슬픔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의혹들에 대하여 한 점 거짓 없이 진실의 날것 그대로를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필자의 생각이 기우일 뿐이고, 이 모든 분석이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자백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는 일체의 가림과 숨김없이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혀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글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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