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자사고 평가 주먹구구식

공정·객관성 상실한 허술한 평가... 일반계고에 미치는 영향 평가 지표 빠져있어

등록 2014.05.22 10:00수정 2014.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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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처음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 교육청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22일, 시 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지역 자사고 14개교를 대상으로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평가대상 학교는 경희고를 포함해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양부고, 하나고 등이다. 이들 자사고는 MB정권이 들어서고 지난 2010년 3월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해 문을 연 고교들이다.

서울지역에 있는 전체 25개교 가운데 올해 운영성과를 평가받는 14개교를 제외한 11개교는 내년 5월 평가를 받는다.

법에 따른 지정 취소보다 컨설팅 자료로 활용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자사고의 운영성을 평가해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도록 했다.

시 교육청은 여기에 더해 자사고의 내실있는 운영을 유도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시행령에 따른 자사고 취소처분이 법집행보다는 교육청의 컨설팅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 교육청 관계자는 "운영성과 평가점수에 미달하면 당연 취소되지만, 일정 점수 이상이면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컨설팅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율학교지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만족도 조사와 허술한 현장확인 조사


평가 방법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 교원의 만족도 조사(15점)와 교장과 교감 등 전문가평가단의 현장평가(85점) 점수를 총점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만족도 평가는 현재 각 자사고별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별 자사고들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조·종례시간, SNS 등을 활용해 온라인 만족도 조사에 참할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배점이 가장 많은 현장평가의 경우 평가단이 자사고를 방문해 만족도 평가점수와 자체평가를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의 경우 일반고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 수준은 오히려 높다. 자체평가에 대한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만든 자사고 평가 표준안을 충실히 수용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일반계고교에 미치는 영향 평가지표 빠져 있어

특히 시 교육청의 이번 자사고 운영평가 항목에는 인근 일반계고교에 미치는 영향 평가지표가 빠져있다. 자사고에 비판적인 교육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교육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황소개구리'나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는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비유하고 있다.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지표를 제외한 시 교육청의 이번 자사고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SM의 독점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작년 7월부터 SSM이 입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근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허가 여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시 교육청 자율적으로 평가 지표를 만들어 사용할 수 없어 교육부의 자사고 평가 표준안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서울지부 김성보 정책국장은 "정부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영혼없는 말을 반복하는 시 교육청의 관료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이라고 평가계획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시 교육청은 이번 자사고의 운영성과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자사고의 지정취소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함께 싣습니다.
#자율형사립고 #조희연 #문용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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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입니다.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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