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산에 왜 가냐고 물어보니...

오월에 북한산을 찾아가다

등록 2014.05.29 09:44수정 2014.05.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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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백운대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운대백운대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임재만

5월 24일 새벽, 무언가 쫒기는 마음으로 깨어났다. 얼른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다. 졸린 눈을 비벼 뜨고 창문을 열어 보았다. 바깥은 아직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깜깜하다. 별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산행날씨로는 그만이다. 간밤에 꾸려 놓은 배낭을 들고 집을 나섰다.

새벽이 점점 밝아 오고 있다. 눈에 익숙한 사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배낭을 차에 실고 북한산을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부터 미뤄오던 북한산행을 위해서다. 서울 도심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 같아 일찍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한강을 건너 구파발로 들어섰다. 아직 하늘은 구름으로 두텁게 덮여 있다. 오전 7시가 다 되어 북한산성입구 제1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장은 단 몇 대의 차만 있을 뿐 한산하다. 차에서 내려 산을 바라보았다. 엷은 안개와 구름으로 산봉우리가 보기 좋게 가려져 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산행의 즐거움을 막 살아나게 한다. 북한산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는 김밥을 팔려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산을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이정표 앞에서 산행경로를 살펴보고 있다. 북한산 산행 길은 여러 경로가 있지만 오늘은 보리사와 대동사를 거쳐 정상인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코스다.

북한산성입구 북한산을 오르기 위해 산 입구로 들어가는 길
북한산성입구북한산을 오르기 위해 산 입구로 들어가는 길임재만

계곡을 따라 산길로 들어섰다. 오월의 산 빛이 참 좋다. 아카시아 꽃도 활짝 피었다. 그윽한 아카시아 향은 기분 좋게 산길을 열어준다. 멀리 높이 솟은 산봉우리가 급하게 다가온다.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노적봉이다. 어느새 마음은 정상에 가 있다. 보리사를 지나자 돌길이 시작된다. 큰 돌 작은 돌이 정겨운 모습으로 산길을 안내한다. 그 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깊게 묻어 있다 산길은 점점 가파르고 숨은 차온다. 잠시 서서 땀을 닦는 사이, 벌써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갑자기 부럽게만 느껴진다.

언제 정상까지 가려나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진다. 아내는 차오르는 숨을 어찌하지 못하고 길가의 바위에 주저앉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돌길이 다리에 많이 부담을 주는 모양이다. 북한산은 다른 산에 비해 산길이 쉽지 않다. 돌길에다 계속 오르막길로만 이어진다. 이제 계곡도 보이지 않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길과  말없이 돌산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 뿐 이다. 다행히 산길은 나무그늘로 인해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대동사를 지났다. 여전히 돌길은 더 가파르다. 끊임없는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제 길에 주저앉아 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보니 정상이 멀지 않았나보다. 북한산에서는 다른 산과 다르게 외국인도 많이 볼 수 있다. 갑자기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이다. 이제 북한산은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것 같다. 일본인을 비롯하여 중국인 유럽인등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북한산은 예전에 부악산, 삼각산등으로 불리어 졌다. 인수봉이 마치 어린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 같다하여 붙여진 부악산 그리고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개경에서 보면 세 개의 뿔 같이 보인다하여 붙여진 삼각산, 지금의 이름 북한산은 한성의 북쪽에 있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북한산은 서울도심에 있어 사람들이 언제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산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을 만큼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북한산은 서울사람들에게 삶의 휴식과 건강을 안겨주는 보물임에 틀림없다.

백운대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를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백운대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를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임재만

산이 점점 밝아진다. 드디어 백운대로 올라가는 철 계단으로 들어섰다. 산 아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은 다른 산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색다른 맛이 있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백운대는 나무 한 그루 없다. 백운대 앞에는 거대한 암석하나로 이루어진 인수봉이 서로 키 재기 하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바위길이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에 오르는 길에 철봉을 박아놓았다. 철봉을 잡고 올라가지만 천길 벼랑이라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은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이 나타나서 즐거움을 안겨준다. 특히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 한 모습의 오리바위는 담력좋은 사람들이 가끔 올라가 앉아 있곤 하는데,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오그라들게 한다.

백운대 정상 백운대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백운대 정상백운대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임재만

드디어 백운대 정상(8356m)에 이르렀다. 멀리 도봉산도 보이고, 원효봉, 염초봉, 만경대가 하나의 능선을 이루며 멋진 산풍경이 만들어 낸다. 백운대 정상에는 커다란 바위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앞으로 태극기가 눈부시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야단이다. 산 정상에 있는 태극기는 남다른 느낌을 준다. 힘들게 올라온 산꼭대기에 멋진 태극기가 있어 반겨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마치 조국에 돌아온 애국자라도 된 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백운대에 올라온 사람들은 도시락을 펼쳐 놓고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풍경이 참 멋지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먹는 즐거움도 잊고 있다. 널따란 바위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산 풍경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몸짓에서 즐거움이 묻어난다. 그래도 역시 산 정상에서 먹는 김밥은 다르다. 어릴 적 소풍 길에서 먹던 것 만큼이나 맛있다. 예전에 우리 집 꼬마의 말이 새삼 기억난다. 아마 막내가 4살쯤 되었을 것이다. 김밥을 싸가지고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가며 막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참비야! 산에 뭐하러가니?"

막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김밥 먹으러 가지!"

참으로 명쾌한 답이었다.

그 천진난만한 꼬마아이의 꾸밈없는 답에 지나가던 사람들과 함께 공감을 하며 한참을 웃었다. 그렇다. 산에 올라가 김밥을 먹는 재미는 산을 오르는 모든 이에게 말 할 수 없는 큰 즐거움 안겨준다.

인수봉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인수봉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임재만

오리바위 위태롭게 서 있는 오리바위에 사람이 짖궂게 올라가 있다
오리바위위태롭게 서 있는 오리바위에 사람이 짖궂게 올라가 있다임재만

점심을 먹고 산 아래 풍경을 다시 보았다. 참으로 멋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푸른 숲과 시원하게 생긴 바위들이 어디로 달려가 듯 멋진 능선을 이루고,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말 좋은 그림이다. 다만 시계가 좋지 않아 서울 도심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청명한 가을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

이 좋은 풍경을 두고 내려가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볼 수 있는데까지 또 한 번 자세히 살펴 마음에 담고 하산을 시작했다. 아침에 오르던 돌길을 다시 밟고 길을 재촉하니 어느새 북한산 입구에 이르렀다. 오늘 산행시간이 왕복 4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북한산 입구에는 아울렛 매장과 음식점들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즐비하게 늘어서서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갈비집도 있고 두부집도 있다. 모든 음식점마다 사람들로 만원이다.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살아난다. 두부정식을 시켜 놓고 다리를 죽 펴보았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휴식이란 바로 이런 맛일 게다. 사실 오래전부터 북한산을 가보려 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마치 오늘 오랫동안 미루어 놓은 숙제를 한 듯 마음이 홀가분하고 즐거울 따름이다.
#북한산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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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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