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 김용판 또 무죄

대선개입 의혹 축소·은폐 항소심 "권은희 진술에 신빙성 없다"

등록 2014.06.05 11:01수정 2014.06.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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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2월 1심에 이어 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자료사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2월 1심에 이어 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자료사진) ⓒ 권우성


[ 기사 보강 : 5일 낮 12시 50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대 검찰의 싸움에서 또 다시 김용판 전 청장이 웃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5일 그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축소·은폐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다시 검찰의 완패였다.

항소심 무죄 판결의 근거는 1심과 같았다. 검찰이 제출한 각종 증거들이 '김 전 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 2012년 12월 서울청 디지털분석팀이 일부러 수서서에 분석 결과물을 뒤늦게 돌려줬고, 그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게 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에 ▲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 컴퓨터에서 메모장 파일이 발견됐고 ▲ 온라인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에서 찬반클릭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점 역시 은폐·축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에는 국정원의 선거 관여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고, 민주당도 찬반클릭까지 문제 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 이번에도 "증거 부족"... 김용판 "공정한 판결"

김용빈 부장판사는 "이 사건 수사가 확대되면서 찬반 클릭도 김하영 혐의 자료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당시 서울청 분석팀이 찬반클릭 등이 혐의와 관련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됐거나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이 허위 보도자료 발표 등을 지시했다는 공소사실도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마찬가지로 권은희 전 과장의 진술도 힘을 잃었다.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증언들과 엇갈리는 점 등을 볼 때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어도 대부분 디지털 분석 전 언론 발표 정황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용판 전 청장은 항소심 결과를 두고 "공정한 판결"이라며 "어둠이 아무리 깊다 해도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듯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을 방청한 박석운 '국정원 시국회의' 공동대표는 "검찰이 공소유지라는 직무를 포기했고 법원은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짜맞추기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김 전 청장 무죄에 항의하며 7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정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용판 수사 관련 증거 인멸한 경찰은 유죄... 징역 9개월형

한편 검찰 수사에 대비,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됐던 박아무개 경감은 이날 징역 9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이던 그는 지난해 5월 김용판 전 청장 사건 관련 압수수색에 대비해 업무용 컴퓨터의 기존 삭제파일이 복구 불가능하도록 처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1부 우인성 판사는 "피고인의 (인멸) 행위 자체가 인정되며 지위·직책을 고려하면 피고는 당시 (인멸) 행위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관련자 수사가 이뤄졌고 다른 증거들로 사건의 실체 확인이 가능했던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했다. (관련 기사 : '국정원사건 증거인멸' 경찰간부에 징역형... 법정구속)
#김용판 #대선개입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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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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