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인근 태국국경 아란야프레텟의 모습태국이민청은 육로를 통한 비자 런은 전면금지하며, 대신 항로를 통한 비자 런 금지조치를 8월 1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5월 8일 발표했지만, 일부 교민들은 개인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에 최근 공항에서조차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유정렬
태국 한인 교민들이 비자 런을 위해 선택하는 대표적 방법은 육로로 인접국가에 갔다 오는 것이다. 주로 이웃나라인 캄보디아나 미얀마, 라오스 등을 다녀온다. 이런 방법을 취할 경우 약 1~2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대략 교통비와 인접국가 비자비용을 포함해 한화로 7만~8만 원 정도가 든다.
태국에서의 비자 런은 오랜 시간 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지난 1월 태국 정부가 입국 수속을 강화하면서 몇몇 교민이 입국을 거부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4개월 뒤, 태국이민청은 공지문을 통해 오는 8월 12일부터 '비자 런'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육로 비자 런은 전면 금지하는 대신, 항공로를 통한 비자 런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8월 11일까지를 유예기간으로 못 박았다.
그러나 최근 수완나폼공항 등 항공 루트를 통해 제3국을 거쳐 입국을 시도하려던 일부 교민들이 입국을 거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상당수 교민들은 '재입국이 거절당할 수 있다'는 공항당국의 경고에 제3국으로의 출국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들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와 SNS 등에는 입국거부 경험 사례와 태국 출입국관리들의 횡포를 비난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청원방에선 지난 4월 17일부터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태국한인회와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급작스런 '비자 런 금지조치'와 관련해 지난 4월 태국이민청 관료들을 초청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거쳤지만, 별다른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정부의 갑작스런 조치에 대해 교민들은 몹시 당황해 하면서도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4년째 거주해 온 이진화씨는 "비자 런 금지조치 후 불안에 떠는 교민들이 많다"라며 "자칫 불법체류자로 몰려 가재도구 하나 못 챙긴 상태로 강제출국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김애영 태국한인회 사무실장은 "이번 사태에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못 내놓고 있는 한인회에도 교민들의 불만이 빗발치는 상황이며, 정식 비자를 발급받은 교민은 태국에 남고, 그렇지 못한 교민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비자 런 금지, 세수 확대 때문일까 보복성 조치일까한편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이어진 비자 런을 태국정부가 금지 시킨 이유에 대해 태국 교민 사회는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에 탑승했던 이란인 남성 2명이 태국에서 분실됐던 여권을 소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이들은 세수 확대를 위한 재정적 이유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냈다. 태국 내 한국계 여행사들이 많아지자, 태국여행사들이 태국정부에 압력을 넣는 바람에 생긴 조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민사회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설은 따로 있다. 한국에 입국하려는 태국인들이 집단으로 입국 거부된 사례가 많아지자 이에 대한 태국정부의 '보복성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 5월 18일 <방콕포스트> 1면에 실린 관련 심층기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국거부된 외국인은 중국이 가장 많았고 태국이 그 뒤를 이었다.
태국이민청 파누 껏랍폰 국장은 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비자 런' 관행을 가장 많이 악용하는 외국인이 '한국인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국에서 은퇴이민 생활이나 취업 혹은 사업을 하려는 외국인들은 적절한 관련 비자를 취득해야만 하며 관광객을 위한 제도를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오랫동안 (비자 런 관행을 악용하는 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했고, 그래서 출입국 시스템이 유린 당해 왔다. 또한 1900바트(우리돈 6만6500원) 비용으로 발급되는 취업비자가 세수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고, 정부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수입을 늘려야만 한다."그는 또 이민청이 그간 이 문제에 관해 많은 민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다수 민원 내용은 한국과 베트남, 러시아 사람들이 비자 런을 이용해 관광가이드로 일하거나 식당 등을 경영해 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태국 정부의 까다로운 비자발급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