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나도 기자 출신, 후배들..'신임 국무총리에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기자들의 자리를 정돈 하고 있다.
이희훈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북핵에 맞서 핵무장을 주장하는 등 안보 분야에서 극우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없는 한반도"라는 원칙과도 배치된다.
또한 문 후보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대북정책의 강경노선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공약이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문 후보자의 임명은 남북관계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핵무기는 핵무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문 후보자는 지난 2005년 2월 21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문창극 칼럼'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한 이후 우리나라의 반응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며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선언했는데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정말인지 두고 보아야 한다' '전에도 그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나서고 있다"라고 당시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 북한은 같은 달 11일 핵보유와 함께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문 후보자는 칼럼에서 "북핵의 제거가 일차 목표다, 북핵을 용인하면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북한에 끌려다녀야 한다"라며 "햇볕은 효력을 잃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핵이 해결될 때까지 경협이니 뭐니 하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철저한 상호주의로 나가야 한다"라며 "최후의 방법은 공포의 균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도 핵무장 된다면 가장 싫어할 나라는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중국에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 안에 들어가거나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극우·보수진영의 오랜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문 후보의 이러한 강경 주장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다시 한 번 제기됐다. 문 후보는 같은 해 10월 16일 자 <중앙일보>에 실린 '어두움의 끝은 통일의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족끼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민족을 멸살하고 있다"라며 "'우리에게 사용하겠느냐?' '방어용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말이다. 악을 보고 악이라고 왜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잘못한 만큼 너희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라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라며 "전쟁이 무서워 피할 때 우리는 볼모가 된다. 전쟁을 각오하고 나서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라고 전쟁 불사를 주장했다. 그는 "핵무기는 핵무기로밖에 막을 수 없다. 바로 공포의 균형"이라며 또다시 핵무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 후보의 주장은 현재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결이 다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창하며 대북지원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그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2030'의 절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가 주장하는 '핵무장'에도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그는 2011년 대권경쟁자였던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 핵무장론을 주장하자 "핵없는 한반도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현해야 할 가치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최근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라며 정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악의 시스템 무너뜨린 후에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