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소통 강조하는 불통 '송상현광장'

전국 최대 규모 도심광장 개장했지만 사용하려면 허가받아야

등록 2014.06.13 17:22수정 2014.06.13 17:22
0
원고료로 응원
 부산 중앙대로에 위치한 송상현광장. 1994년 토지보상에 착수한 송상현광장은 2012년 3월 착공해 지난 13일 개장했다. 광장 조성에는 1850억원이 투입됐다.
부산 중앙대로에 위치한 송상현광장. 1994년 토지보상에 착수한 송상현광장은 2012년 3월 착공해 지난 13일 개장했다. 광장 조성에는 1850억원이 투입됐다. 정민규

전국 최대규모의 도심 광장인 부산 송상현광장이 "소통을 위한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는 본래 조성목적이 무색하게 불통 광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의 임기 내 무리하게 문을 열었다는 비판에 더해 불통광장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됐다.

지난 12일 허 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개장식을 연 송상현 광장은 13일에도 여전히 막바지 조명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번달로 끝나는 허 시장의 임기에 맞춰 무리하게 개장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시장의 임기 막바지에 서둘러 개장한 곳은 비단 송상현 광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부산시민공원과 부산 더파크 동물원, 부산항대교 등이 4~6월 사이 문을 열었다. 이들 시설의 경우 공사 진행 상황과 여러 잡음을 고려해 개장과 개통을 연기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부산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나서 "(이른 개장이) 허남식 시장이 퇴임 후 자리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분분하다"며 "치적을 앞세우다 보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다리 개통을 강행한 부산항대교의 경우 접속도로가 아직 연결되지 않아 반쪽 개통이란 비판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개장한 송상현광장은 허 시장의 치적쌓기용이란 지적과 함께 불통의 상징이란 소리까지 듣게 됐다. '흐름과 소통, 미래광장'이라는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광장 사용을 허가제로 정해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나 행사는 차단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제정한 '송상현광장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서는 "광장을 사용하려는 자는 시장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부산시는 "안전확보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단서 조항에 집어넣어 허가 이후에도 광장 사용을 취소할 수 있게끔 했다. 또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는 경우" 역시 차단해 장기적인 광장 사용을 막아 놓았다.

서울광장은 신고제, '시민위원회'가 논의 참여


시민의 혈세 1850억원이 들어간 광장의 사용에 정작 시민의 바람보다는 시장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반영되는 셈이다. 이는 서울광장과 비교해 보면 더욱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정해두고 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서울광장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누구라도 광장사용신고서를 직접 방문하여 접수하거나, 우편·팩스·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접수할 수 있다.


광장을 운영하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산과는 다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뿐 아니라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에 대한 논의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통해 진행해 오고있다. 이 위원회에는 서울시 공무원만이 아니라 학계 전문가와 시민, 시민단체 대표 또는 임원, 시의원들이 참여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산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입장을 통해 "송상현 광장에 대한 부산시의 규제는 도심 속 시민 소통광장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할 뿐 아니라 시민 광장을 만들겠다는 부산시의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열린 행정, 시민과의 소통이라는 시대적인 흐름과 대세를 거스르면서 거꾸로 가는 행정을 펼치는 부산시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송상현 광장이 부산시민 누구나 모이고, 대화하고, 난장이 벌어지고, 새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열린 공간이 되도록 부산시의 조례를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송상현광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5. 5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