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일 선생님이 체험학습과 어린이 발달에 대해 강의하고 있습니다. 체험과 발달의 이론적 근거에 대해 해석한 내용들을 주로 말씀하셨습니다
신은희
피아제의 업적은 어린이가 성인의 축소판이라고 이해되던 시절(루소 이후에도 근대교육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모든 아이들은 발달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인식론적이고 철학적인 명제이고 보편성을 띠기 때문에 단순명쾌하고 어디에나 적용되기가 쉽다. 지금도 심리학은 물론 모든 교육학, 심지어 초등 교과별 지도서에도 피아제의 이론은 첫머리에 인용되고 있다. 비고츠키는 "발달은 문화역사적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인지과학에 기반한다. "모든 아이들은 발달한다"는 보편성은 어느 나라, 어느 개인에나 적용되지만 한 개인의 특수성은 처한 환경이나 문화,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사는 보편과 특수를 매개로 개별 학급을 담당하고 교육을 해 나가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였다. 또 교육과정은 사물을 추상화시킨 공통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인식론 체계인데 교사의 교육행위는 아동의 몸과 마음을 발달시키는 존재론적 성격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어서 한나 아렌트(인간 활동의 궁극적인 조건성을 탄생성에서 찾고 교육은 '이 새로움을 지켜주고 새로움을 잘 간직하여 마침내 행위하는 인간으로 키우도록 해야 한다)와 비고츠키를 인용하며 교사가 체험학습과 발달에서 아이의 탄생성을 존중하는 존재론적 체험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존재론적 체험이란 어떤 것일까? 먼저 몸의 중요성을 알아보았다. 아기들이 무언가 붙잡으려고 할 때 처음에는 자기가 스스로 붙잡으려고 하는 시늉을 하지만 이것을 본 엄마나 어른들이 물건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반복되면, 아이는 물체는 붙잡으려던 행동(구체성)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행동(추상성)으로 전환시킨다. 손가락으로 "저거, 그거"하는 행동은 이후 기호로 발달한다. 즉 이런 일이 길게 보면 한 두 번에 되지 않고 여러 상황 속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어린이가 몸짓을 하는 단계부터 이미 구체에서 추상적인 행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문화(culture)라는 말의 어원도 농경(agriculture)에 있듯이 우리가 쓰고 있는 낱말이나 개념에 신체활동, 동작과 관련된 언어가 많다고 하였다.
또 존재론적 체험이란 우리 말로 하면 "몸소 겪기"인데 몸으로 부대끼며 터득하는 어떤 행동이나 활동을 뜻한다. 몸소 겪는다는 것은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의식하고 있는 것이고, 체험학습은 몸소 겪는 그 과정 자체를 학습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우리 몸은 유기체로서 생리적 조건이나 주변환경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 마음과 느낌에 의해 삶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령사지'를 예로 들어 몸과 마음의 관계를 설명하였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지를 절단하거나 시력 등을 잃어도 없어진 부위에서 계속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끼는 '유령사지' 현상 때문에 인공팔을 장착해도 '유령팔'과 합쳐져야 제대로 작동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몸은 실생활에서 도구나 장비를 활용하여 유령사지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확장하고 세계를 조작해간다. 이렇게 체험의 내면화는 몸에서 마음으로 나아가는 경로이기 때문에 몸소 겪는 체험이 중요하고, 특히 초등교육에서 몸소겪기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어린이 발달에서 1단계가 "사물을 가르키기"였다면 다음 단계는 "상상력과 놀이 단계"이다. 상상력은 건축과 비교하면 주어진 재료로 건축가 설계도에 따라 집을 짓는 시공자와 같은데, 아무리 한 인간이 좋은 감각과 지성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 상상력이 작동되지 않으면 경험체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상상력은 그리기, 묘사하기, 표시하기, 쓰기 등으로 기술되는데, 상상력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감각과 지성 사이에 위치하는 도상을 생산하는 능력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 그림을 통한 종합의 산물을 '도상도식'이라고 하는데, '공통된 특징을 통한 표상(흔히 인식론적 체계)'과 달리 직관을 규정하는 규칙을 표상하는 '도상도식'이다. 상상력 활동에 따른 도상도식이 주로 직관의 표상능력을 발달시키고 어린이들은 놀이과정에서 이런 능력을 많이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놀이하는 과정을 보면 어린이들이 일정한 경험체계를 작동하여 놀이를 하고 이 과정에서 상상력은 물론 현실적 직관능력도 발달하기 때문에 놀이가 어린이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체험 학습과 발달 영역다음으로 체험학습이 어린이를 발달시키는 경로에 대해 알아보았다. 먼저 마주침과 정서의 관계를 보면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내면을 키우고 자기를 제어할 힘을 만들어내므로, 어떤 관계를 느끼고 겪으며 자라나느냐가 중요하다. 정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감응 능력(감각적으로 응답하는 능력)인데 신체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면 정서의 감각적 지평이 열려야 한다. 실제로 몸으로 겪는다는 것은 사물을 접하거나 서로 다른 신체가 마주치면서 정서의 감응력이 작용한다. 특히 놀이과정에서 사회적 신체가 구성되고 정서의 감각적 지평을 촉발시킨다.
몸과 정서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면 관찰과 관념은 어떻게 연결될까? 관찰은 주의력을 집중시켜 관념을 형성하는 관계들의 영역을 구성한다. 어떤 대상이건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관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험은 지속적이고 대상의 전개양식을 알 수 있도록 전개되어야 하고,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관찰력과 주의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확실하게 다져놓으면 대상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능력은 작업으로 표출될 수 있다. 작업의 어원은 "poiesis"로 짓기이고, "일, 노동, 시'poem', 예술 능력"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이렇게 작업은 생산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능력과 힘이 작용한다. 작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다양한 도구를 찾아내고 더 나은 도구를 선택하여 바람직한 조작활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작업의 체험과 능력이 활동을 생산하고 더불어 사유와도 연관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진로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재능을 바로 어른들이 생각하는 직업능력으로 연결짓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며, 교육에서 아이들의 작업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연수를 듣는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내용을 어려워하였지만, 체험이 어린이 몸의 발달, 정서 발달과 어떻게 연관되고, 체험중심 교육이 어린이의 실질적인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 많이 공감하였다. 그간 교실 상황에 맞춰 다양한 실천을 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모호하게 느꼈던 점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체험활동은 어떤 교사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학년 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모호하다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현광일 박사는 현재 교과교육과정으로 체험중심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점도 커서, 초등 담임제의 특징을 살려 통합적인 교육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시작은 무엇보다 교사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교사가 즐겁게 느끼는 것에서 아이들도 그런 정서에 동의하고 함께 해 나갈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체험·표현·교과가 통합된 학년교육과정 재구성 방안 연수 2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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