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서암관에서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정종섭 교수가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종섭 안전행정부(아래 안행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관 후보자가 3년 넘게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100% 찬성표를 던졌다. 사외이사는 대주주를 감시하고 전문적 조언을 위한 자리이지만 정 후보자는 '경영진의 거수기'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오마이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정보시스템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2011년부터 201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는 이 기간(2011년 3월 25일~2014년 3월 28일) 중 총 31번 정기·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에 100% 찬성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3명의 평균 연봉은 46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는 2013년 한 해에 이사회 10회 참석하고 감사위원회 4회 참석해 총 14번 사외 이사로 활동했다. 이를 보고서에 나온 연봉으로 나누면 1회 참석 때마다 328만 원 보수를 받은 셈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한상호 대표이사)의 1대 주주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AG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총장 선거 이유로 삼성생명 사외이사는 3주만에 사임정 후보자는 지난 2011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고 2년 뒤 재선임됐다. 지난 13일 안행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지난 3월에도 정 후보자는 삼성생명 사외이사로 임명됐으나 서울대 총장 후보로 나서면서 3주만에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바 있다. 그는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에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을 위해 선임되는 비상근이사다. 일반적으로 교수를 비롯해 퇴직관료, 변호사, 기업인 등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를 맡게 된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100%에 가까운 찬성표를 던지면서 대주주 전횡 및 견제·감시를 위한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4월 발표한 2009∼2013년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따르면 총 1872명의 사외이사들이 4626건의 이사회에 참석해 3만7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찬성표는 3만7538표(99.7%)였고 반대는 38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에는 서울대 교수 사회 내부에서도 사외이사 겸직 금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검토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교수들은 최근 2년간 관련 기업 연구용역을 수행한 적이 없으면 일정한 신고 절차만 따르면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거수기 사외이사'... "교수 학문·연구 활동에도 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