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나와 한국교원대 교수를 지내면서 현재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
그 다음으로 사회부총리 인사를 보자. 사회부총리를 신설함에 있어 사회 정책을 성장주의자, 시장주의자 중심의 경제 부처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없다.
작년, 진영 전복지부장관이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대한 항의로 장관직을 사퇴한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정형근 전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여권 출신 이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을 끊임없이 반대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의견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 핵심적 원인은 예산권과 인사권에 있다. 진영 복지부장관이 사퇴하면서 "예산은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가, 인사권은 행정안전부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력감이 컸다.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꽉 쥐고 있고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고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밝힌 것에서 그 일단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간 복지제도의 핵심이었던 공적연금과 건강보장, 사회서비스, 교육정책과 같은 정책의 총괄 컨트롤타워는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경제 부처들이었다. 사회서비스 민영화 정책은 기재부의 '사회서비스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추진되어 왔고, 노동정책에서 노동부는 아예 소외되어왔다.
김경협 의원(민주당, 부천 원미 갑)은 지난 12월 31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고용정책의 주무부처가 누구인가?"라고 질책하며 "고용률 70%의 성공은 기재부식 사고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이나 여성 정책 역시 경제성장과 저임금 노동정책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권, 인사권 등 실질적 권한이 없는 부총리제도를 단순히 신설하기만 하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있을까.
교육부가 사회분야를 총괄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사회분야 부총리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되었다. 2001년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면서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적자원 개발 기능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부총리이기는 하나, 사실상 교육과 인적자원 기능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사회 전 영역을 포괄하지는 않았고, 그나마 앞서 지적한 대로 예산권이나 행정집행력이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번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담당하고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교육·사회·문화가 사회분야로 포괄될 수 있는지, 이를 담당하는 부서와 총괄자의 기준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교육·사회·문화·고용과 같은 소프트파트의 정책분야의 조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말 그대로 경제와 안보, 공직인사 등을 제외한 "소프트한" 분야를 단순히 모아놓기만 한 것이다.
사회 분야의 핵심 정책은 '분배'다. 고용과 노동에서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1차 분배), 사회복지제도에서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를 비롯한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2차분배)가 핵심이며 이를 위한 조세재정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인적자원개발(교육)이나 일-가정양립을 비롯한 여성문제 등이 추가된다.
영역별 전문성과 핵심 이슈인 노동·복지·재정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성과 권한이 요구된다. 이를 교육부장관이 담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교육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중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사회부총리로 내정된 인물이 관련 업무에 종사해본 적도, 능력도 전혀 없는 보수적 교육학자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정책을 단순 "소프트한" 분야로 치부하고 정부의 충실한 대변인을 세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분배 문제 해결 의지 없는 정부조직개편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 국정목표로 국가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들고 있다. 우선 국가개조는 비정상의 정상화, 공공부문의 개혁으로 대표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뜻 혁신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는 하지만 실상은 박근혜 정부 초기 집권전략에서 강조해왔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4월 29일,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공공기관 구조조정 및 규제완화, 국가부채를 이유로 긴축재정운용 등의 정책추진을 공식화했다. 결국, 세월호를 핑계로 공공부분의 민영화, 작은 정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어떠한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등이 목표이다. 이명박 정부의 747이 연상되는 이 목표치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키로 하고 공공부문 개혁,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둘째,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위해 창조경제 구현, 미래대비 투자, 해외진출 촉진 등을 추진키로 했다. 셋째,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투자여건 확충, 내수기반 확대, 청년·여성 고용률 제고 등을 과제로 제출했다.
역시 규제완화,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수출중심, 투자 중심 대책이다. 내수기반확대와 고용률 제고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시간제일자리의 확대가 유일하다. 대선기간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아예 사라졌다.
이런 국정기조를 운영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사회부총리를 선정했다는 것은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공공부문 개혁, 민영화, 규제완화를 추진하는데 소위 "소프트한
" 분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조정 과정이 부재했던 것 또한 문제이다. 유민봉 수석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께 의견을 구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 곧 사회적 공론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부총리의 관장을 받게 될 부서들은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미래부관계자는 "현재 정부조직 관련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에 미래부가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산하로 가는 것이 맞느냐고 확인을 요청했다"며 "내일 중 최종 확정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즉, 이번 사안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깜짝 인사에 불과한 것이며 사회적 논의를 전혀 거치지 못했다.
현재 한국사회는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 비정규직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사회보험 사각지대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다.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최소한의 생활비가 없어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을 전전하는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와 복지사각지대, 심각한 사회 불안정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경제민주화, 복지확충, 조세개혁 등의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그를 위한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적 교육학자를 사회부총리로 임명하고 "소프트한" 분야의 총괄을 맡기겠다는 것은 권한 없는 무능력한 인물을 올려놓고 사회분야의 민영화와 복지 축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움직임들은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를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는 지금 당장 성장 중심의 기조를 내려놓고 분배와 사회안전망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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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개각, 복지 축소와 민영화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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