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싱웨이(Wang Xingwei) I '늙고 불쌍한 해밀턴(Poor Old Hamilton)' 220×280cm 1996
백남준아트센터
위는 중국신세대작가 왕싱웨이의 독창적 작품으로 문명의 축이 서에서 동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한다. '늙고 불쌍한 해밀턴'은 '유럽'을, 뒤샹의 대표작을 깨고 울고 있는 아이는 '아시아'를 상징한다. 유럽의 해밀턴은 사고뭉치인 아시아 아이를 야단치지만 그 아이는 딴청을 부린다. 백남준과 뒤샹을 대결시킨 구조방식이 흥미롭다.
백남준은 첫 전시에 만든 포스터 글씨를 조합하면 '추방(Expel)'이 나오고, 전시장 입구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머리를 걸었고, 욕조에 서양미술을 상징인 뮤즈를 난도질했다. 게다가 아시아의 샤머니즘에서 소머리는 은유적으로 '달'을 상징하는데 이는 해의 문화에서 달의 문화로 문명의 축이 바뀔 것임을 미리 내다본 것인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미술사적으로 보면 백남준은 '회화'위주의 피카소의 한계도 극복했고, 전시장에 기성품을 갖다 놓는 '오브제'위주의 뒤샹의 장벽도 뛰어넘었다. 그 대안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지구촌시대를 열어준 '실험TV'와 '위성아트'를 제시했다.
또한 백남준은 근대 문명적 관점을 벗어나 카오스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진정한 코스모스가 온다고 봤다. 이 '혼돈의 신'은 무질서, 비선형, 랜덤액세스, 화이트 노이즈 등에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찾았고, 그 출구의 바깥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위성에서 위성으로" 통하는 보다 넓은 세상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서양인이나 백남준 친구인 '보이스'은 문명의 근원을 해가 아니라 달에서 찾았고 고급종교보다 샤머니즘에서 찾았다. 그런 이유가 있다. 보이스는 2차 대전 중 비행사로 복무하다 소련군의 폭격을 받고 남부러시아 크리미아반도에서 추락했는데 안전벨트가 하지 않았음에도 운 좋게 눈 위에 떨어져 목숨만은 간신히 구했다.
하지만 그때 몸에 담요로 싸주고 버터를 발라주는 몽고계 타타르인의 정성스런 간호와 민간요법이 없었다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보이스 전시에 기름덩어리, 왁스, 회색, 펠트지, 손전등, 썰매약품 등이 자주 나오는 연유다. 그는 타타르족이 굿하는 것을 자주 봤고 그래서 백남준의 샤머니즘을 이해했고 동양의 달 문명을 받아들인다.
백남준 예술, 인류학적으로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