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읽다: 터키>
도서출판 가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한일월드컵이 열렸을 때로 기억한다.
터키와 한국을 두고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다. 내가 터키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그 정도였다. 물론 그들의 한국전쟁 참전에는 나토 가입과도 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지만.
월드컵 당시 3, 4위 전을 벌였던 터키와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니폼을 바꿔 입고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양국의 국기를 함께 펼쳐들기도 했다) 관중 앞에서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내가 터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나 기억 혹은 감정은 그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가 여행지 중심의 관광에 관한, 소위 여행 정보서와 다르다는 점이 좋다.
이를테면 터키의 정보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터키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정도다. 그러므로 여행 정보서가 아니라 문화 안내서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터키의 문화나 관습, 사교, 터키 사람들의 모습,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 터키에서 살아가기 위한 주택, 교육, 교통, 예술, 건축, 스포츠, 대중매체, 일자리...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 책이 정말 교양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미있는 데다가, 시쳇말로 '깨알 같은' 일화도 곳곳에 담겨 있어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슬람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의 생활에 대해 친화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을 지닌 것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물론 지금도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종교적 복장(이를테면 히잡)을 금지하고 있다지만 또 다른 면에서 터키 사람들이 보이는 자유스러움과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모습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다채롭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