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세월호 교사선언' 결국 고발
1만5853명 '스승의 날 선언'은 제외

100~200명 규모... 전교조 "위법적 수사·위헌적 조치"

등록 2014.06.26 14:59수정 2014.06.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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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교사들의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교사들의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선대식


교육부(장관 서남수)는 26일 "(세월호 관련) 교사선언 참여자 전원에 대하여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사선언 참여자 전원"이라고 밝혔지만, 가장 많은 수의 교사들이 참여했던 지난 스승의 날(5월 15일) 교사선언 참여자는 제외됐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사선언에 참여한 관련 교사에 대하여 3차례에 걸쳐 교육감으로 하여금 자체조사를 통해 관련자에게 소명기회를 주어 비위정도에 따라 징계 등 행정처분 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참여자 대부분이 확인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 교육청에서 감사 및 조사를 끝까지 거부하고 있어 참여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 방지를 위해 부득이 고발조치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고발한 인원은 5월 13일 1차 선언 43명과 같은 달 28일 2차 선언 80명, 6월 12일 3차 선언 161명이다. 단순 합계로는 284명이지만, 1·2차 선언 참가자 상당수가 3차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실제 고발 대상은 100~200명 선으로 보인다. 동명이인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정확한 피고발인 수를 특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고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65조(정치운동의 금지)와 66조(집단행위의 금지) 위반이다.

똑같이 참여 교사들이 실명을 밝히고,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1만5853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한 스승의 날 교사선언은 빼고 1~3차 교사선언만 고발한 기준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명시했는가 여부로 보인다. 1·2차 선언은 제목에서부터 박 대통령 퇴진의 뜻을 분명히 했으며, 3차 선언에서도 "희생된 이들이 다시 살아오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도록 행동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승의 날 선언에는 '퇴진'이라는 단어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과 집단행위 금지 위반이라는 명목을 들고 있지만, 사실은 대통령 퇴진 주장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고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퇴진'이라는 단어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1~3차 선언과 스승의 날 선언의 내용은 비슷하다. 스승의 날 선언서 1만5853명의 교사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이 계속되자 5월 13일 교사 43명은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을 실명으로 발표했다(1차 선언).

이틀 후인 15일 스승의 날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1만5853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역시 실명으로 발표했다(스승의 날 선언). 이후 교사들의 실명 선언은 5월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공개(2차 선언), 6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선언문 발표 형식(3차 선언)으로 이어졌다. 계속된 교사 선언에는 전교소 소속이 아닌 비조합원 교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교육부는 1차 선언 직후부터 집단행동과 정치선동 행위로 규정하고 징계 수순을 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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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남수 장관 물러나는 순간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는 즉시 논평을 발표해 "양심에 근거해 선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검찰은 위법적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번 교사선언은 집단행동의 요건인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도 아니며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집단행위 금지 위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당파적 행위가 아니다"면서 정치운동 금지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전교조는 "교사들은 당사자로서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신념과 양심을 표현한 것이기에 이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법적이며, 양심과 표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물러나는 순간까지 교사들의 아픔과 비판을 징계와 고발로 마무리 하려 한다, 우리 교사들은 서 장관을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유가족과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장관으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비호에 앞장섰던 장관으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교사선언 #세월호 #교육부 #전교조 #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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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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