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죽음,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세월호 단원고 2-6 학부모들, 대구 시내서 '천만인 서명' 활동

등록 2014.06.28 16:21수정 2014.06.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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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촛불 집회가 열렸다.

지방선거와 월드컵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해진 세월호 관련 이야기들이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다시 천만서명 활동과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명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명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김용한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2학년 6반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는 대국민 서명 참여 호소에 나섰다.

"여러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명 좀 해주세요."
"잠시 30초면 서명을 할 수 있답니다. 제발 서명 좀 부탁합니다."

이들은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서명 참여를 호소했다.

'수많은 아이들과 일반인 그리고 승무원과 교사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고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갈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희는 구조를 책임져야 할 정부의 대처를 믿고 아이들을 만날 시간만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이 어이없는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들이 나눠준 유인물 중.

거리에 선 2-6 학부모들의 모습
거리에 선 2-6 학부모들의 모습김용한

이날 촛불집회는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에 대한 묵념과 시민발언, 성명서 낭독, 시민이 만든 추모의 영상시청, 거리행진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첫 시민발언에 나선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구지부장은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의 무능력을 탓하는 유족들에게 상위 1% 재벌의 아들이 미개한 국민이라고 말하고, 목사님 조차도 가난한 자식들이 경주를 안 가고 제주도를 가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는 것을 보면서 분노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계속 침묵하고 있으면 살인자와 똑같은 동등한 자가 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곡동에서 온 주부 이창균씨도 "누가 이 아이들의 삶과 꿈을 앗아간 것입니까? 누가 이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차가운 바다 속에 방치한 것입니까?"라며  "그러나 4월 16일 참사 이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책임자 처벌, 사고의 원인과 대책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대통령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서명 좀 해주세요." 타들어가는 마음 속에 부모들은 거리에 나와 천만서명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서명 좀 해주세요."타들어가는 마음 속에 부모들은 거리에 나와 천만서명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김용한

대구전문가단체협의회(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경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경지부, 대구경북민주화 교수협희회,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대구사회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와 김규종 교수(경북대)는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가 11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만 293명, 작은 우주 293개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니 우리 정부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발언에 나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송필경 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뜨거운 열차 안에서 한 청년이 자기 애인에게 이러한 문자를 날렸답니다. '나 지금 죽고 있어' 얼마나 처참합니까? 우리는 그때 원인규명, 진상규명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승객 기관사가 차문을 잠그고 열쇠를 쥐고 도망갔습니다.

대구 참사 이후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바다에서 일어났습니다. 배 안에서 살아있으면서 얼마나 힘들고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는 참사가 아니라 학살이었습니다."

추모 동영상을 제작한 화가 김병호씨는 "유족들이 청와대로 가고자 했을 때 공권력이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은 유족들을 막아섰을 때 분노하게 되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알려내기 위해 추모 동영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관련 촛불집회 광경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관련 촛불집회 광경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김용한

단원고 2학년 6반 희생자·실종자 가족을 대표한 한 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이 세상을 떠난 것을 저희들은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갔다고 믿고 있습니다. 좀 더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어른들의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믿고, 그런(세월호 관련)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서 성역 없이 수사하고 밝혀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대구백화점 민주광장을 출발해 약 2km에 이르는 구간을 침묵 행진했다.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며 침묵 촛불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광경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며 침묵 촛불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광경김용한

한편,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은 오는 7월 4일에도 대구 시민들과 함께 현장에서 천만인 서명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현장에서 그동안 수집된 4500여 명의 서명지를 2학년 6반 학부모들에게 전달해 줬다.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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