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TV조선
뉴스뿐 아니라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4월 말부터 '유병언'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특히 5월부터는 유병언씨의 측근이라고 하는 이청 전 세모유람선 선장을 거의 매회 출연시켜 '유병언 신변잡기 캐기'에 나섰다.
5월 23일에는 이씨의 부인까지 함께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유병언씨 집에서 가사일과 운전 등을 도왔다고 한다. 진행자인 장성민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오늘 인천 특수지검은 이 방송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진행자가 하는 질문은 이게 과연 방송 소재인가를 의심할 수준이었다. 진행자는 이숙자씨에게 "유씨가 어떤 음식을 주로 즐겼나", "고기를 먹을 때 특별히 안 먹는 고기가 있었나", "여름 복날 삼계탕이나 오리탕을 드시나, 열기 있는 인삼탕도 드시나", "유 씨가 잡식성인가", "과일도 가리는 건 없나", "순수한 쌀밥을 즐겨먹었나"라는 등 듣기에도 민망한 질문을 수분에 걸쳐 마치 취조하듯 이어갔다. 그러더니 "검찰은 이것에 집중해야한다"며 유씨가 도피 중이니 평소 습관처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작 출연한 이씨 부부는 진행자의 발언에 대해 "(도피중이라)그런 건 따지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진행자는 "금수원 곡물을 꼭 먹으려 하지 않겠냐"고 재차 물으며 유 씨의 식생활을 파악한 것을 대단한 성과인양 강조하려 했다.
행적 추리하고 수사 지시하는 '탐정놀이'에 빠진 종편이어 진행자는 유씨의 여자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다. "유씨는 여자를 더 믿습니까, 남자를 더 믿습니까", "내연관계에 있는 제3의 신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한 뒤, 유씨의 부인인 권아무개씨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씨가 유씨의 여자관계에 분노해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물으며, "이건 검찰 수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미국에 있는 김혜경씨가 주요인물이라고 하면서 "검찰은 국내통화에 대한 도청·감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제통화에 대해서도 추적해야 한다", "김씨에 대해 수배전단과 포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수사방향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있는 한인 교포들의 요구"라며 김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방송 시작부터 진행자 멘트와 자막을 통해 '김혜경씨 사진 최초 공개'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