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삼류포르노'로 만든 'TV조선'의 황당한 집착

[비평] TV조선·채널A, 유병언에 올인... 식성·여성편력 다룬 기사도 등장

등록 2014.07.02 14:45수정 2014.07.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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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이후, 그야말로 '유병언'에 올인하고 있다. 이 두 채널은 주시청 시간대에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지난 4월 이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유병언 관련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는 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을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자료화면으로 쓰고,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패널들의 말을 다시 뉴스로 보도하는, 굉장히 기형적인 방송을 거의 두 달 넘게 반복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세월호 참사 책임=유병언'이라는 메시지를 세뇌하듯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합동참모본부를 포함한 육해공군을 유씨 검거작전에 투입했다. 사상 초유의 검거작전이다. 심지어 전국 24만 곳에서 임시반상회까지 열어 유씨의 수배전단을 뿌리고 신고를 독려했다. 작전 규모와 행태를 보면, 유병언씨는 가히 '김신조 급' 인물이다. 유씨 체포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전부인양 오버하는 정부와 그걸 충실히 받아주고 친절하게 부풀려주는 언론이 유씨를 '희대의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두 달을 꽉 채워 매일 보도할 만큼, 유병언씨 체포 작전에서 나오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검거작전을 벌이는 정부는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나오는 소스라고는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유씨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을 덮쳤는데 놓쳤다'거나, '유씨의 측근 혹은 유씨의 도피에 도움을 준 사람을 체포했다'는 게 전부다. 결국 없는 '뉴스'를 짜내야 하니 황당무계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TV조선>과 <채널A>는 그날 그날의 가장 주요한 뉴스를 전한다는 저녁종합뉴스에서까지 유씨의 여성편력과 식성, 유씨의 강연 내용을 거의 매일 보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선 '정권코드 맞추기'만이 아니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생산해 시청률을 올리고자 하는 두 종편의 꼼수가 보인다.

'체액 묻은 휴지'와 '널브러진 침대'... 이게 뉴스라고?

 5월 28일자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5월 28일자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채널A

<30대 여인…'교주와 신도 이상의 관계'>(TV조선, 5/29)
<검찰 '매우 특별한 관계'>(TV조선, 5/30)
<유대균 도피 돕는 '신엄마'의 딸…이혼소송도 팽개쳐>(TV조선, 6/19)
<곳곳에서 드러난 유병언 '작은 키 콤플렉스'>(TV조선, 6/28)
<유병언의 유도 사랑 강연회…힘 자랑·인맥 자랑>(TV조선, 6/28)


<은신처에 체액 묻은 의문의 휴지>(채널A, 5/28)
<130kg 거구로 변신…수배전단과 딴판>(채널A, 6/2)
<전 경호원이 본 유병언의 용인술>(채널A, 6/19)
<"사람 다룰 줄 안다" 최측근이 본 유병언은?>(채널A, 6/19)
<도 넘은 유기농 집착…해괴한 '무 무덤'까지>(채널A, 6/27)

지난 5월 28일 <채널A> '종합뉴스'에서는 <은신처에 체액 묻은 의문의 휴지>라는 제목의 꼭지를 방송했다. 유씨는 놓쳤지만, 유씨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체액이 묻은 휴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 날 <TV조선> '뉴스쇼 판'은 한술 더 떠 당시 함께 있던 여성을 체포해 '여성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검사'를 했다며 체액의 DNA를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이 특수한 관계라고 검찰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방송 내내 침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뉴스의 수준을 삼류포르노로 전락시켰다. 해당 영상은 두 채널의 시사프로그램의 자료영상으로도 장시간 노출됐다.


이러한 내용 뿐 아니라 '유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신도가 이혼 소송중인데도 불구하고 자취를 감췄다'거나 '유씨가 유기농에 집착한다'는 보도까지, 도무지 뉴스 아이템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이 앵커와 기자 리포트를 통해 나오고, 심지어 '단독', '특종'이라는 딱지까지 붙었다. 유씨에 대한 신변잡기나 강연 내용 짜깁기를 통해 재탕한 뉴스가 '특종'이 되는 '놀라운 세상'이다.

"유병언씨가 삼계탕도 드시나?"... 과도한 집착이 만들어낸 황당 질문

 5월 2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5월 2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TV조선

뉴스뿐 아니라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4월 말부터 '유병언'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특히 5월부터는 유병언씨의 측근이라고 하는 이청 전 세모유람선 선장을 거의 매회 출연시켜 '유병언 신변잡기 캐기'에 나섰다.

5월 23일에는 이씨의 부인까지 함께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유병언씨 집에서 가사일과 운전 등을 도왔다고 한다. 진행자인 장성민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오늘 인천 특수지검은 이 방송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진행자가 하는 질문은 이게 과연 방송 소재인가를 의심할 수준이었다. 진행자는 이숙자씨에게 "유씨가 어떤 음식을 주로 즐겼나", "고기를 먹을 때 특별히 안 먹는 고기가 있었나", "여름 복날 삼계탕이나 오리탕을 드시나, 열기 있는 인삼탕도 드시나", "유 씨가 잡식성인가", "과일도 가리는 건 없나", "순수한 쌀밥을 즐겨먹었나"라는 등 듣기에도 민망한 질문을 수분에 걸쳐 마치 취조하듯 이어갔다. 그러더니 "검찰은 이것에 집중해야한다"며 유씨가 도피 중이니 평소 습관처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작 출연한 이씨 부부는 진행자의 발언에 대해 "(도피중이라)그런 건 따지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진행자는 "금수원 곡물을 꼭 먹으려 하지 않겠냐"고 재차 물으며 유 씨의 식생활을 파악한 것을 대단한 성과인양 강조하려 했다.

행적 추리하고 수사 지시하는 '탐정놀이'에 빠진 종편

이어 진행자는 유씨의 여자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다. "유씨는 여자를 더 믿습니까, 남자를 더 믿습니까", "내연관계에 있는 제3의 신도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한 뒤, 유씨의 부인인 권아무개씨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씨가 유씨의 여자관계에 분노해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물으며, "이건 검찰 수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미국에 있는 김혜경씨가 주요인물이라고 하면서 "검찰은 국내통화에 대한 도청·감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제통화에 대해서도 추적해야 한다", "김씨에 대해 수배전단과 포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수사방향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있는 한인 교포들의 요구"라며 김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방송 시작부터 진행자 멘트와 자막을 통해 '김혜경씨 사진 최초 공개'를 강조했다.

 6월 27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화면 갈무리
6월 27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화면 갈무리TV조선

유씨의 과거 최측근이라는 이청씨는 <TV조선> 고정출연 이후 <채널A>에도 패널로 출연해 유씨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채널A> '직언직설' 또한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총 39회 방송 중 단 2회를 제외한 방송에서 유병언 관련 주제를 다뤘다. 또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이씨나 정치 평론가 등을 등장시켜 '유병언 잡기 탐정놀이'에 가세하고 있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세월호 참사 후 일주일 뒤(4월22일)부터 5월 30일까지 총 31회 방송에서 유병언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6월 초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6·4 지방선거가 지나자 또다시 유병언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패널들은 "유병언을 잡아 세월호 사고 수습비 6000억원을 마련해야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세모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살아났다, 이 부활 과정에서 유씨로부터 사과박스에 가득 채워 돈을 받은 정치인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라는 것이 유씨와 연관된 정치커넥션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개조"라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유씨의 신상털기에 주목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유씨 체포작전이 '국가개조'라면서 박 대통령을 치하하는 한편, 과거 야당정부 때 유씨가 성장했다는 주장을 섞어 과거정부 책임론을 못 박고 있다. 또 '좌파가 제기하는 정부 책임론 등의 선동이 유씨와 구원파가 뻔뻔하게 나오는 배경'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선거가 아니라 '유병언'을 선택했던 종편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에도, GOP총기사건에도 '유병언' 아이템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병언으로 세월호 참사 책임논란을 비껴가고자 하는 정권의 이해를 대체해 줄 만한 대어급 아이템이 새로 나오지 않는 이상 종편의 '유병언 캐기'는 계속될 것이다.

두 종편은 유씨에게 적용되는 '죄'가 정확히 무엇인지, 법적으로 유씨의 책임져야하는 부분이 어디까진지 궁금해 하지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유병언만 잡으면 끝'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전파낭비와 세뇌작전에 스트레스를 받고 병드는 것은 시청자들이다.
#유병언 #종편 #채널A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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