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뒤편에 있는 군산시 제45호 어린이공원 전경
정은균
아이들에게 위험과 불편을 주는 일을 원했을 리 없다. 그러니 겉으로는 어린이공원 이름표를 달고 있을지라도, 그곳에서는 주말마다 일반 시민들의 자유로운 여가생활이 펼쳐진다. 족구나 농구 등의 가벼운 스포츠를 즐기고, 음료수 병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 된 것이다.
설마 군산시가 이런 걸 바랐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의 '친절한 군산씨'는 어린이 안전을 전혀 도외시하진 않았다. 어린이집 원감에 따르면 군산시청에 소속된 공익근무요원이 매주 공원으로 와 청소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두 번의 청소로 넓은 공원의 위험요소를 제때 완전히 제거하는 건 무리다. 공원 한켠 정자 옆에 세워진, 시커멓게 탄 흉물스러운 쓰레기통과 그 아래서 뒹굴고 있는 깡통과 쓰레기들이 생생한 증거물들이다.
이런 어린이공원은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실외활동을 자주 한다. 하지만 공원 쪽으로는 아이들을 거의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이 다칠까 염려되어서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서는 한편으로 군산시에 공원 개선 방향을 꾸준히 건의해 왔다. 작년 6월 3일 제정된 군산시조례 제1080호 '군산시 어린이공원 및 어린이놀이터 관리에 관한 조례'는 그 최대 성과물이다.
하지만 조례는 조례일 뿐이다. 모래가 한쪽으로 쏠려 흙바닥이 깊게 파인 그네놀이터는 모래의 교체, 뒤집기, 보충 등을 규정한, 조례상의 '모래시설의 정비 계획'을 무색하게 한다. '취학 전 아동과 유아를 위한 기구 설치에 관한 계획' 조항은 예의 거대한 미끄럼틀이나 그넷줄을 통해 무력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