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굳게 다문 김명수논문표절과 연구부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이희훈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김명수 후보자가 교육 수장 후보로 지명된 이후 21일 동안, 제자 논문 가로채기를 비롯해 30여건이 넘는 각종 연구부정 의혹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명수 후보자 지키기 흐름이 나오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2일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우리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묻고 들어야 할 것이 많다"면서 "모든 내용을 인사청문보고서에 담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이 법에 정해진 입장이고 국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김명수 후보자의 버티기는 지난 2006년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한 김병준 교육부총리와 비교된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취임 13일 만에 사퇴했다. 취임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나오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대응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음에도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석해 재차 해명한 뒤 자진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으로 이미 교육계에서 신망을 잃었다. 그가 교육 수장의 자리에 올라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김명수 후보자는 왜 버티는 걸까.
'방패막이' 김명수 앞세워 이병기 살려라?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김명수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정국의 '방패막이'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7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열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명수 후보자에게 관심을 쏠리게 해,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살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병기·김명수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연일 새로운 의혹이 나오는 김명수 후보자는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여론의 관심도 김 후보자의 사퇴 여부에 쏠려있다. 김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야당의 집중포화는 이병기 후보자에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6월 10일 이병기 후보자 내정 당시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춘 데다 대통령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와 대통령의 안보철학을 잘 이해하고 안보정책을 충실히 그리고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특보였던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을 회유하기 위해 5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차떼기 방식'으로 전달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냈다. 또한 아파트 특혜 분양,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등도 제기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김명수·이병기 후보자 모두 부적격자다, 이병기 후보자는 통과시키고 김명수 후보자만 낙마시킬 수 없다,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면서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후임자를 찾을 수 있을까김명수 후보자의 사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장악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연달아 사퇴하자, 청와대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 "김 후보자의 사퇴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문 후보자가 사퇴한 지난 6월 24일 브리핑에서 "야당도 박근혜 정부 흔들기를 이쯤에서 멈추고 대승적인 견지에서 국정운영에 초당적인 협력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명수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새로운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근혜 정부의 인재풀에서 야당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견뎌낼 인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청와대는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사퇴하자,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바 있다.
정부·여당이 장기적으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기 위해 김명수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홍근 의원은 "김명수 후보자에게 제기된 많은 의혹 중에서 다소 과장된 의혹도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청문회에서 과장된 의혹을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상과 관련된 부분은 비공개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돌격대장"김 후보자의 버티기 뒤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6월 17일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김명수 후보자를 겨냥해 "식민사관을 소유한 문창극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 지명은 역사왜곡 프로젝트 2탄이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옹호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월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국사와 국어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르치는 중요한 과목이다, 따라서 국가가 분명하게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이념적으로 대립할 바에는 차라리 국정 교과서 체제로 가거나 정부가 교과서 집필과 관련된 세부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한때 식민사관을 극복한다는 명분하에서 좌파적 시각이나 연구가 당연하게 보였지만 이제는 좌편향이 너무 심해져 원래 의도했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사 연구와 교육에 있어 균형된 시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하다, 필요하다면 이념 투쟁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사실에 기초한 기술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 담보를 원칙으로, 상반기까지 교과서 발행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의 여파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교육 수장에 오를 경우,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일제 식민지배 미화, 극단적인 반공 등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등용했다, 그 핵심은 김 후보자"라면서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육 수장에 앉히려는 것은 그를 역사왜곡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행동 대장이자 사령탑으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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