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 하류 1.5km 지점에서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해 보았다.
김종술
이날 기자는 SBS <물은생명이다> 팀과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 함께 마리너 선착장을 찾았다. 선착장에는 6m 가까이 되는 대나무가 놓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 구조물에 붙어 자라던 2m 길이의 큰빗이끼벌레를 찾아보았지만, 흔적조차 없었다. 백마강교 준설선 부근에서 자라던 큰빗이끼벌레까지 물가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마리너 선착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백마강교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지난 7일과 8일부터 수자원 로고가 붙은 보트랑 고무보트가 보였다, 잠수복 입은 사람들까지 여러 사람이 다녀서 가보았더니 이상하게 생긴 해파리 같은 것(큰빗이끼벌리)들이 주변 강가에 떠밀려오고 있었다"며 "그 사람들이 (큰빗이끼벌레) 제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종시 불티교 다리 밑으로 향했다. 물가에 다가갈수록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물 가장자리로 큰빗이끼벌레가 떠밀려오고 주변 수풀에 엄청난 양의 큰빗이끼벌레 사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체에 달라붙어 있던 날파리떼를 보니 저절로 뒷걸음질 쳐졌다.
세종보 상류 1km로 지점 상황도 불티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상황은 거대한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죽어서 물 가장자리 떠밀려와 있었다.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세종시청 별관을 짓고 있는 좌안 마리너 선착장 부근도 둥둥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로 가득했다. 특히 이곳 선착장을 떠받들고 있는 물 속 부력구조물에는 엄청난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하나의 군체로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 속으로 들어가야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수심이 깊은 관계로 상판에서 줄자로 확인한 결과 2m 39cm 정도로 추정됐다.
최근 인터뷰를 했던 우석대 서지은 교수(생물학과 전공, 태형동물 분류)는 "유속이 있거나 황토를 살포하거나 또는 수온이 20도에서 16도로 떨어지면 큰빗이끼벌레가 줄어들거나 없앨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날 돌아본 금강의 큰빗이끼벌레는 자연적으로 죽었다기보다 누군가 인위적인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었다. 큰빗이끼벌레 사체만 400~500여개 정도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행했던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내려오면서 어느 정도는 생각했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다. 내 기억 속에 금강은 고운 모래가 쭉 널려 있고 건강한 물고기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돌아본 전 구간의 물빛이 탁하고 녹조 알갱이와 큰빗이끼벌레까지 창궐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강이 아니고 망가졌다는 생각뿐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큰빗이끼벌레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흔적이 보이는데 큰빗이끼벌레의 생태적인 특성이 아직 안 알려진 상황에서 함부로 제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함부로 제거해 주변에 버려져 악취가 발생하는데 폐기물 처리에 준하는 불법투기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수자원공사 "상·하류 1km 지점만 제거해 땅에 묻었다"